중국이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상반기에만 지방정부를 통해 최대 227조원을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여력도 대폭 확대했다.
경기 침체 우려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이 같은 조급한 행보가 미·중 무역 담판에서 미국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이 많으면 최대 1.5% 포인트의 지급준비율 인하 혜택이 제공돼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치에 따른 유동성 공급 효과는 6000억~7000억 위안 정도로 추산된다.
이달 중순께 인민은행이 올해 첫 지준율 인하를 단행해 돈 풀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경제전문 기관들은 올해는 지난해를 웃도는 3~4차례의 지준율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에서 1조3900억 위안(약 227조원) 규모의 지방채 조기 발행을 의결하고 지난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지방채 발행 규모를 3월 초 열리는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확정해 왔다. 국무원과 지방정부 전인대를 거치게 되면 통상 5월 이후에나 본격적인 채권 발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에 채권 발행이 앞당겨 진 것은 연초부터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채권 발행으로 유치한 자금의 대부분은 상반기 중 투입될 예정이다. 연간 전체로는 2억3160억 위안 안팎의 지방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발행되는 지방채 중 특수채권 8100억 위안은 인프라 건설 등 대형 토목·건축 사업을 위한 것이다.
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는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국무원이 지방채 조기 발행을 요청했다"며 "적기에 자금을 공급해 내수를 확충하고 국가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4로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선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전날 경제 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12월 민간 제조업 PMI도 49.7에 그쳤다. 두 지표가 50선을 하회한 것은 각각 29개월과 19개월 만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6.3%로 전년 대비 0.2%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부양책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과의 무역 담판을 앞둔 중국이 조급함을 드러낼 경우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수뇌부가 연초부터 경기 부양 카드를 남발하는 것은 여유를 잃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미국이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