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도 육아용품 시장 출사표…가전업계는 지금 '외도' 중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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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기·청호나이스 이어 쿠첸, 유아가전 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 출시

출산율 떨어지는데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확대일로…"한 명 키워도 제대로"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23회 서울 베이비 키즈 페어에서 참관객들이 유모차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잇포켓(8 pocket)을 잡아라."

생활가전업계가 육아용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출산 기조 속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아이에게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는 물론 삼촌과 이모까지 8명이 지갑을 여는 '에잇포켓 현상'까지 대두되면서, 육아용품 시장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쿠첸은 지난 3월 유아 가전 브랜드 '쿠첸 베이비케어'를 선보이며 육아용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토분유포트, 젖병소독기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2020년까지 전체 매출 중 유아가전 비중을 1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청호나이스는 이미 아기전용 정수기 '베이비스 워터 티니'를 선보인 바 있다. 아이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공략하기 위해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142개의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7단계 정수 시스템을 내세웠다. 뿐만 아니라 '초보 엄마'들을 위해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분유 타는 데 필요한 물의 온도와 양까지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한일전기 또한 2013년 이후 유아 가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한일전기가 올해 선보인 '아기바람 선풍기'는 바람의 강도가 약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선풍기가 성인을 기준으로 바람 세기가 설정돼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체온을 떨어뜨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유아가전이라는 특성에 맞게 안전성 또한 강화했다. 선풍기 헤드가 아닌 기둥을 회전시켜 소음 문제를 잡았고, 안전망에 3초 이상 손이 닿을 경우 선풍기가 스스로 작동을 멈추는 터치안전센서를 탑재했다.

◆ "가격보다 안전성" 육아 트렌드 변화로 육아용품 시장 청신호
이처럼 중견기업들이 앞다퉈 육아용품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시장 규모는 증가세를 보이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확대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3조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생아 1명에 투입되는 금액 또한 2009년 270만원에서 2015년 548만원으로 늘어났다.

육아용품 시장이 출산율과 정반대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육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미세먼지 등 안전에 대한 불안 심리가 높아지면서 자녀를 위해 가격대가 높더라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소비 패턴을 지향하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인해 가족들의 지원 속에서 귀하게 자란 세대인 '소황제' 세대가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 한 명에게만큼은 아낌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심리 또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용품 또한 이에 발맞춰 고급화, 전문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황혼 육아'라는 사회적 흐름 또한 육아용품의 시장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맞벌이 가구의 증가가 부모 대신 조부모가 양육을 전담하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육아 당사자가 늘어나면서 육아용품 구매 또한 자연스럽게 증가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미취학 자녀 양육자 중 조부모 및 친인척이 차지하는 비중은 63.6%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어린이집 등·하원 전후로 부모 이외 혈연관계 양육자가 있는 아동은 26%이며, 이 중 96%가 조부모 양육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출산 및 맞벌이 가구 증가로 인해 경제력 있는 부모 및 조부모나 친척들이 한 아이에 대한 소비를 늘리면서 엔젤산업(0~14세 대상으로 하는 모든 산업)은 성장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고급화 및 ICT(정보통신기술)와의 시너지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으며 비중 있는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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