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기고문을 통해 보호무역을 반대하고 G20이 다자무역 체제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무역전쟁 해결의 물꼬를 모색할 예정인 가운데 이러한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왕 국무위원은 2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는 모두의 이익을 훼손하기만 할 뿐"이라고 미국을 겨냥하고 "G20이 계속해서 다자주의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자주의는 전쟁 후 국제관계 민주화를 구현한 것으로 세계 거버넌스를 개선해 함께 공동의 도전에 대응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는 다자주의의 구체적인 예로 그 역할이 강화되야지 약해질 수는 없다고도 했다. 중국은 WTO의 개혁이 필요함을 동의하지만 WTO의 핵심가치와 기본원칙을 견지하고 개발도상국의 발전권리와 발전공간을 존중하고 수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특히 경제·무역 분야의 갈등이 정치, 안보 등으로 번지는 것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의 막대한 적자,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만, 남중국해 등 정치·외교, 군사 분야까지 양국 갈등의 범위가 확장되는 분위기다.
G20이 계속 글로벌 파트너십의 선도자가 되고 세계 경제 거버넌스의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도 했다. 혁신을 통한 성장의 주도자가 되어야 하며 포용적 성장의 추진자로의 역할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국무위원은 "크게 되려면 고난과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면서 "경제 세계화와 다자주의 협력이 최근 역풍을 맞고 있지만 G20은 세계 경제가 안개와 구름을 뚫고 뭍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은 중국은 다자주의와 개방형 세계 경제의 견고한 지지자이자 수호자, 건설자이며 앞으로도 평화 발전과 개혁·개방, 호혜상생의 길을 계속 걸어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 주석은 4개국 순방일정에 돌입했다. 27일 스페인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파나마, 포르투갈을 방문한다. 아르헨티나에서 G20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예정으로 이를 전후로 유럽 국가를 방문해 우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해상실크로드)에 유럽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반대 강도가 약한 국가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 않은 분위기다. AFP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스페인 총리실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스페인은 일대일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외에 시 주석은 내달 1일 열리는 멕시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원래는 춴웨웨(沈躍躍)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이 시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nited States Mexico Canada Agreement·USMCA)에 합의했기 때문으로 멕시코를 방문해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의 경제적 고립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