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사회·포용적 성장·포용적 번영·포용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배제하지 않는 포용이 우리 사회의 가치와 철학이 될 때 우리는 함께 잘살게 될 것입니다”
임기 중반에 들어서는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백년대계를 내다볼 국가비전이자 국가모델로 ‘포용국가’을 천명했다.
포용국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경제 패러다임인 ‘사람중심경제’를 사회정책 분야로까지 확장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포용국가 핵심은 경제불평등 해소
문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이루기 위한 핵심 요소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기반의 경제정책과 생애 맞춤형 소득보장을 골자로 하는 복지정책 확대를 제시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6일 포용국가전략회의 첫 회의를 개최하고, 3대 비전 9대 전략을 발표했다. 3대 비전은 △불평등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통합 강화' △저출산 등에 대응하는 '사회적 지속가능성 확보' △인적 자본의 활용을 통한 '사회혁신능력 배양'이다.
9대 전략에는 △사회보험 강화와 소득보장제도 개혁 △노동시장 격차 해소 △창의성·혁신성을 높이는 교육정책 개혁 △지역균형발전 정책 등이 총망라됐다.
문 대통령은 '잘 살자'는 꿈은 어느 정도 이뤘지만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었다며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더 공정하고 통합적인 사회로 나가야 하며, 그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이라고 밝혔다.
이는 경제·사회구조를 포용국가의 틀로 바꾸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통합도 이룰 수 없다는 인식을 나타낸 것이다.
먼저 문 대통령은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에 기댄 과거 성장 일변도의 패러다임으로는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를 치유할 수 없으며, 국민 다수가 성장 혜택을 골고루 누리도록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불평등 심화는 노동 생산성과 사회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빈곤의 대물림 현상까지 초래해 경제성장과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포용적 성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용적 성장은 IMF, OECD 등 국제기구들도 제시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이자 공동체 통합 비전이다.
OECD는 양극화 극복을 위한 ‘포용적 성장’ 정책을 개발해왔고, 올해 이를 실행하기 위해 △소외된 사람 및 지역에 대한 투자 △비즈니스 역동성 및 포용적 노동시장 지원 △효율적이고 대응하는 정부 도모 등 3가지 정책을 권고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주장해온 ‘더불어 잘사는 경제’는 OECD의 포용적 성장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혁신성장으로 포용국가 뒷받침
문 대통령은 모두가 잘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노선은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노동·복지 정책을 통해 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효과를 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혁신성장은 데이터·인공지능·수소경제와 스마트공장·자율주행차·드론·핀테크 등 차세대 성장 분야·사업에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분배로 연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혁신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국회에서 규제혁신이 입법화되지 않으면 혁신성장이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경제는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것, 공정한 시장경제의 룰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경제민주화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 과제로 △갑을관계 해소 등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개혁 △대·중소기업 및 노사 간 상생협력 강화 △소비자보호 강화 △과세형평 제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공정경제를 위해 이번 국회에서 △전속고발권폐지 등이 담긴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기업소유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상법개정안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이 담긴 상생협력법 △대규모점포 입지 제한 강화안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가맹사업법 등 민생개혁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용국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 최소화 관건
문제는 포용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 등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는가이다. 이를 위해선 로드맵을 촘촘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등 구체적 정책추진 과정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뒤따르는 등 준비 부족과 혼선으로 정책 효과가 반감됐다.
또 지난 1년반 동안 국민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대내외적 경제악화로 고용·투자·생산·소비 등 내년 각종 경제지표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저성장 및 고용없는 성장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긴 호흡으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와 정책기조 전환에 따른 후유증 해소를 내년 경제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대로 확정했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첫 살림규모로 불리는 이번 예산안은 포용국가를 향한 마중물이자 첫 걸음이다.
대폭 확대된 재정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된다. 일자리 예산이 올해보다 22%나 증가한 무려 23조5000억원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회정책분야의 일자리 확충은 노동소득 확대로 이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주요 동력”이라며 “특히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비중이 낮아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포용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기업과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노·사·정간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