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티스 장관, 한미군사훈련 재개 시사..."북한 비핵화 압박 카드"

2018-08-2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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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의의 조치'일 뿐 훈련 계획에는 변동 없어"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 빠진 가운데 '압박 카드' 해석

[사진=연합/로이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이 취소된 지 나흘 만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추가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구상대로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북·미 협상 과정 본 뒤 판단"··· 북한 압박 카드 해석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28일(이하 현지시간) 국방부 브리핑을 통해 "내년 주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훈련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몇몇 군사훈련에 대한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선의의 조치일 뿐 아예 훈련을 그만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은 불가침 및 체제안전 조치 차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예민하게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을 당장 감축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일종의 '워게임(war game)'인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한·미 국방 당국은 대북 전면전을 가정한 대규모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과 국지도발에 대비한 해병대연합훈련(KMEP) 등을 중단 조치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입장을 담보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성급한 결론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훈련 재개 등의 언급은 일절 없었다. 

그런 만큼 훈련 재개 가능성을 밝힌 것은 강력한 대북 압박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매티스 장관은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본 뒤 판단하겠다"는 발언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재개 여부가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성과와 연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협상은 외교관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북·미 관계가 군사 갈등으로 비화되기보다는 외교 관계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폼페이오 "북한, 비핵화 약속 이행 준비되면 대화 가능"

특히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대북 압박 카드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상황에서 북한이 일종의 '시간 벌기'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해 미국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페이스에 말리지 않고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긴장을 더 높여준다"며 "이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핵화 협상 속도가 더딘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좌절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된다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의 약속 이행 필요성을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는 이 세계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북한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미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 '취소' 대신 '연기(delay)'라는 표현을 통해 향후 방북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정책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방북이 취소된 지 나흘 만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추가 중단 계획이 없다는 매티스 장관의 입장을 정리한 내용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 내에서 매티스 장관의 발표를 놓고 혼선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되고 있는 가운데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나온 조치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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