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멕시코 협정' 타결…24년 된 NAFTA는 역사 속으로?

2018-08-2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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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에 피해 준 NAFTA는 나쁜 의미 함축"…캐나다 동참 여부 등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멕시코와의 무역협정 타결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1994년 발효한 지 24년 만에 역사 속에 묻힐 처지가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 멕시코와 NAFTA 재협상 개시 1년 만에 멕시코와 먼저 합의를 이루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과 멕시코의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하며 "우리는 이를 '미국·멕시코 무역협정'이라고 부를 것"이라며 "(NAFTA는) 여러 해 동안 미국에 매우 심한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나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 무역협정에서 NAFTA라는 이름을 떼어내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울러 멕시코와의 합의를 '원칙적인 예비협정'(preliminary agreement in principle)이라고 불렀다. 캐나다의 동참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경고도 잊지 않았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무역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한 뒤 "캐나다가 '공정한 협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자동차 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했다.

◆車 원산지 비중 62.5%→75%···美-멕시코 협정, NAFTA와 다른 점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였다.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에서 자동차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원산지 규정이 강화된 게 핵심이다.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자동차 한 대당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만든 부품 비중이 75% 이상이 돼야 한다. NAFTA의 북미산 부품 의무 비중은 62.5% 이상이다.

새 협정에는 자동차 부품의 40~45%를 생산하는 이들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임금이 싼 멕시코로의 공장이전을 경계해온 미국에 유리한 조항이다.

미국의 요구로 논란이 됐던 '일몰조항'은 수위가 낮아졌다. 미국이 당초 협정을 5년마다 재협상해 연장하지 않으면 자동폐기할 것을 주장한 것과 달리 6년마다 협정을 재검토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0년 뒤에 폐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정 반덤핑·보조금 사안에 대한 분쟁조정패널을 폐지하는 조항도 새 협정에 들었다.

지식재산권 보호 조항도 강화됐다. 다만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부주의로 저작권 등을 침해한 자료를 올린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세이프하버'를 허용했다. 또 첨단 의약품에 대해서는 10년간 생산자의 데이터를 보호하도록 했다.

아울러 새 협정은 NAFTA가 협정 본문에서 다루지 않은 노동·환경 문제를 별도의 장에 담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가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기 위한 특별입법조치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주류를 둘러싼 갈등도 봉합됐다. 미국은 데킬라와 메스칼을, 멕시코는 버번과 테네시 위스키를 계속 상대국의 특산품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멕시코는 또 특정 브랜드 미국산 치즈의 시장접근을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캐나다 동참 여부 불투명···'양자협정' 美 의회 비준도 문제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캐나다가 곧 개정협정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남은 과제가 있다면서 협상이 빨리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는 12월 1일 취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도 캐나다가 새 협정에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멕시코가 협상을 통해 이룬 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이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과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캐나다가 일몰조항, 분쟁조정패널 폐지 등 미국의 요구로 담긴 핵심 조항에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트뤼도의 이날 '환영' 발언도 보수 정치권의 뭇매를 맞았다. 애덤 오스틴 캐나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캐나다와 중산층에 이로운 새 NAFTA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절차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만료되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통해 NAFTA 재협상을 추진했다. TPA는 대통령에게 국제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의회는 협정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찬반 표결만 할 수 있다. 대통령 주도로 협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로 '패스트 트랙'이라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31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미-멕시코 협정에 대한 비준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가 그 안에 협정에 동참하길 바라지만, 나중에 서명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비준은 한 번이면 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멕시코와 캐나다가 아니라 멕시코만 상대하는 양자협정이면, 별도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화당의 오린 해치 상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멕시코와의 합의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최종 협정에는 캐나다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상원 금융위원회의 승인 여부가 무역협정 비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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