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안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인프라 건설 등으로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2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케냐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對)테러 전략과 무역 및 투자 관계 구축 등 일련의 주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아프리카 지도자가 백악관을 찾은 것은 올해 초 무함마드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을 겨냥해 '쉿홀(shithole, 지저분한 곳을 뜻하는 비속어)'로 지칭했다가 인종 차별 파문이 일자 발언 사실을 부정했다. 지난해에는 공개 연설 자리에서 나미비아를 '남비아(Nambia)'로 잘못 호칭해 사과하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공 토지 개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백인 농부의 사망과 토지 몰수 등을 언급해 남아공 정부의 반발을 샀다"고 지적했다.
최근 남아공은 토지 개혁 과정에서 백인에게 집중된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 흑인에게 재분배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몰수된 토지는 없지만 현지의 인종 간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지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친(親)아프리카 행보는 최근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의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장거리 철도를 건설하는 등 아프리카 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케냐타 대통령은 9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에서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의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많은 아프리카 정상들도 자리할 전망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케냐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아프리카 전략 개발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전 아프리카 담당관인 그랜트 해리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리카 정책이 없다는 이유로 폭넓은 비판을 받고 있다"며 "케냐와의 무역 협상은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