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걸어드릴게요.”
딸의 이 한 마디에 ‘도마의 전설’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딸 여서정(16)이 아버지가 보는 앞 도마 위에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며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감격의 눈물을 쏟으며 던진 말이었다.
이날 여서정은 자신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믹스트존에서도 방송 해설 도중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전하자 또 한 번 울음을 터뜨렸다.
‘부전여전’이었다. 여서정은 여 교수와 기계체조 국가대표를 지낸 김채은(45) 대한체조협회 전임지도자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났다. 여 교수는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는 아쉽게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월한 체조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서정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압박감이 엄청난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은 최대 강점.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착지에서 거의 실수를 하지 않는 안정감을 보였다.
여 교수는 “서정이가 어렸을 때 출전한 첫 대회부터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을 잘 펼쳤다”며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 나보다 훨씬 실전에서 잘하고 대범한 것 같다”고 웃으며 대견하게 여겼다.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여서정의 목표는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금메달의 한을 풀 수 있는 대회이기도 하다. 여 교수는 딸의 도쿄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게 봤다.
여 교수는 “색깔은 알 수 없지만, 메달은 딸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오늘 서정이가 구사한 난도 5.8점짜리, 5.4점짜리 기술은 완벽하게 서정이의 것이 됐다. 난도 6.2점짜리 ‘여서정’과 같은 어려운 기술은 2~3년 정도 더 연마해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 교수가 말한 ‘여서정’은 공중회전 때 두 바퀴 반(900도)을 비트는 아빠의 기술 ‘여2’보다 반 바퀴(180도) 적은 720도를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