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코드 스캔으로 1위안을 적선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깡통 대신 QR 코드 단말기를 들고 베이징의 주요 지하철역에서 적선을 받는 중국 거지의 모습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영국 일간 미러 등 다수 외신들은 "애플 페이와 안드로이드 페이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결제가 증가하고 있지만 QR 코드 기부까지 시작된 중국의 '무현금 경제'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8개월여가 지난 현재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일본 등이 QR 코드 개발에 일제히 나서면서 개발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호주 기반 금융정보 업체인 RFi그룹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아시아 내 QR 코드 결제 비율은 중국이 70%로 가장 높았다. 인도와 베트남은 각각 40%, 27%로 그 뒤를 이었다. 태국과 싱가포르의 QR 코드 결제 비율은 각각 23%, 22%였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19%, 8% 수준이었다. 2012년만 해도 아시아 내 QR 코드 사용 선두 그룹이었던 두 나라가 불과 몇 년 만에 하위 수준으로 밀려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가운데 QR 코드 결제는 비교적 편리한 결제 대안으로 꼽힌다. 모바일 결제율이 높은 중국과 인도에서 어느 정도 효율성을 입증하면서 다른 국가들도 QR 코드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사용자 5억명을 보유하고 있고, 위챗페이 이용자는 9억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분야는 금융이다. 베트남 국영신문인 베트남뉴스에 따르면 베트남 티엔퐁은행(TPBank)은 안드로이드와 iOS 플랫폼에서 적용 가능한 퀵페이(QuickPay)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이 앱을 출시한 이후 사용자들은 매월 165% 증가했고, QR 코드 결제를 허용하는 판매자들의 수입도 7~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요 은행들이 주도한 QR 결제 이용자는 약 800만명 수준이다. 베트남은 중국 유니온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베트남 전 지역에 QR 결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인 페이티앰(Paytm)은 '현금 없는 사회'를 추진하는 정부와 손잡고 QR 코드 결제의 호환성을 확대, 사용자 선호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은행은 지난 4월 QR 코드 결제 표준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자카르타타임스는 전했다. 현재 QR 코드 결제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아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QR 코드 결제가 전국에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닷컴에 따르면 2015년 1조5480억 달러(약 1729조8900억원)에 머물렀던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4조580억 달러(약 4534조815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금융 시스템이 다소 뒤떨어져 있는 개발도상국에는 QR 코드 등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관광업에도 활용성 높아··· 개인 정보 보호·인프라 연계는 과제
테크와이어 아시아에 따르면 싱가포르은행협회(ABS)는 기업과 개인 간 QR 코드 결제 플랫폼인 '페이나우 QR(PayNow QR)' 서비스를 마련할 예정이다. 페이나우는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출범한 기업-은행 간 온라인 거래 서비스다.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마트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QR 코드가 금융과 결제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관광업계도 QR 코드 활용 방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환전이나 카드 소지 부담 없이 관광객의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QR 코드 활용에 익숙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웃 국가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QR 코드의 연쇄 활용도가 증가했다고 RFi 그룹은 전했다.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도 QR 코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일단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QR 코드는 컴퓨터 해독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접속이 가능하다. QR 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에서 사용 위치와 계정 등 개인 정보가 남겨질 수 있다.
영국 일간 미러는 "중국의 우월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전역이 유비쿼터스가 되면서 'QR 코드 거지'도 등장했다"며 "개인 계정 설정이 필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개인 정보 거래의 위험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내 많은 국가가 국민 정서상 여전히 현금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기존 결제 시스템과 QR 코드의 연동 여부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월 발표한 '캐시리스(현금 없는) 비전'을 통해 전체 결제 가운데 무현금 결제 비율을 현재보다 4배 높은 8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QR 코드 규격 통일 방안도 담겼다. 그러나 QR 코드 보급을 위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밝기 조정, 교통 시스템 등 인프라와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