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가 올해 발주된 36척의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싹쓸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계가 일감 부족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LNG선이 일감 숨통을 터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LNG선 분야의 지속적인 발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 격차를 기반으로 수주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LNG선 수주잔량 점유율, 올들어 7.4%p 증가
이 중 한국 조선사들은 73.5%인 167억 달러(약 18조7000억원)를 차지, 점유율이 작년 말 (66.1%) 대비 7.4%포인트 높아졌다. 한국 조선소의 LNG선 독식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 조선 '빅3'는 올들어 전세계에서 발주된 36척의 대형 LNG선을 모두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 15척, 삼성중공업 9척, 대우조선해양 12척 등이다.
업계에선 LNG선을 한국 조선소의 유일한 희망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수년간 수주가 전무하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소에 벌크선 등 물량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LNG선 분야에선 경쟁우위를 통해 조선업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 조선소의 전체 수주잔량(545억 달러)에서 LNG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는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에 의해 LNG선 분야의 추진엔진기술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중국과 일본 조선업체들은 LNG선 분야 기술 경쟁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의 최근 수주 공시가격이 LNG 평균선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선박가격 상승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수주 잭팟 가능성 높아져… 중국과 기술격차 유지는 과제
업계는 앞으로 나올 글로벌 LNG선 발주 물량을 한국 조선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러시아에서 추진중인 야말2 프로젝트에 연관된 쇄빙 LNG선 물량이다. 당초 러시아가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한국조선소가 기술지원 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최근 즈베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 조선소에 직접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비가 열악한 러시아 조선소에서 수년 내로 쇄빙 LNG선을 짓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러시아가 자국발주를 포기할 경우 기술 경쟁력이 높은 한국 조선소에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모잠비크 LNG프로젝트에 투입될 16척 규모의 LNG운반선 발주에서도 우리나라 조선소의 일감 확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조선소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며 “우리나라 조선사들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LNG 부문마저도 빼앗길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