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쇼크'에 대한 우려가 아시아 시장을 덮쳤다. 터키 리라화 환율 변동의 여파로 일본증시와 한국증시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면서 터키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의 가늠쇠를 개발도상국에 돌리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3일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마지막 거래일 대비 1.98%(440.65포인트) 하락한 21857.43에 거래를 마쳤다. 상하이지수는 마지막 거래일 대비 0.34%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52% 빠졌다. 코스피도 터키발 리스크에 마지막 거래일 대비 1.50%(34.34포인트) 하락하면서 1년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개도국 또는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하던 관세 특혜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것도 시장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무역대표부(USTR)는 빈국에 관세 혜택을 부여하던 일반특혜관세제도(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s), 즉 GSP의 수혜 대상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P가 적용되는 국가는 모두 121개국으로 상위 10개국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필리핀,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분류된 국가가 다수 포함돼 있어 결과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 전체 수입량 가운데 GSP를 통해 특혜 관세를 받는 제품은 1% 미만이다. 다만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인 만큼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정부는 GSP 혜택을 받는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접근' 여부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다"며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무역전쟁을 벌여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대상을 빈국에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리라화 폭락 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을 문제삼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다른 나라보다 2배 높은 폭탄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백악관은 지난 11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새 관세(철강 50%, 알루미늄 20%)를 13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가 보복을 다짐하면서 두 나라의 갈등은 앞으로 더 격해질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