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일(현지시간)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긍정적인 경기 진단 아래 점진적인 금리인상을 정당화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이를 9월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읽었다.
올 들어 지난 3월과 6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연준은 연내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9월과 12월을 유력한 시기로 본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강력한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명에 '강력한(strong)'이라는 단어와 그 파생어를 여섯 차례나 썼을 정도로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향후 경기를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흐름만으로는 연준의 통화긴축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연준 출신인 빌 잉글리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마켓워치와 한 회견에서 연준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의 정책 행보엔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신중하게 경제지표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나온 지표가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 이후의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신중한 자세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미국 의회 증언에서 "당장은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금리인상과 관련한 단정적인 표현을 피했다.
잉글리시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긴축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무역전쟁을 꼽는다. 특히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둘러싼 우려가 큰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는 이미 우려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잉글리시 교수는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아직 '꼬리 위험(tail risk)' 정도로 인식되지만, 연준은 이미 이에 대비해 왔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 의회 증언에서 "높은 관세가 장기간에 걸쳐 부과되면 경제에 좋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꼬리 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뜻한다. 전면적인 무역전쟁 속에 각국이 관세폭탄의 화력을 높이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성장세는 둔화하기 쉽다.
잉글리시는 연준이 적어도 처음에는 이 같은 역풍에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폭탄관세에 따른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나 완만한 성장둔화를 일단 용인하며 이를 경제의 체력을 가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도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그는 최근 회견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강세를 자극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연준이 아무리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해도, 트럼프의 견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연준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금융시장과 경제에 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의 통화정책 운용이 더 조심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팁 PGIM픽스드인컴 수석 투자전략가는 "신중한 연준은 시장에 훌륭한 배경막이 된다"며 "역사적으로 지금 시점에는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경기에 위협이 되는데, 연준은 그럴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를 지낸 제임스 칸 예시바대 교수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고자 한다며 오는 9월과 12월, 내년 3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씩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궁극적인 금리를 말한다. 자연금리, 균형금리라고도 한다. 연준 관리들은 중립금리를 약 3%로 본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현재 1.75~2.00%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