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는 배우. 영화 ‘늑대의 유혹’을 시작으로 ‘형사’, ‘전우치’, ‘의형제’, ‘군도: 민란의 시대’와 ‘검은 사제들’, ‘가려진 시간’에 이르기까지. 배우 강동원(37)은 망설임 없이 과감하고 자유롭게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2029년의 한국, 반통일 테러단체인 ‘섹트’와 그를 잡기 위한 경찰조직 ‘특기대’, 정보기관인 ‘공안부’가 암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은 영화 속, 강동원은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임중경 역을 맡았다.
“‘인랑’ 출연을 두고 망설이지는 않았어요.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을 거절할 필요도 없었고, 작품과 임중경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거든요. 또 (영화에 등장하는) 총이나 강화복도 입어보고 싶었고…. 하하하. 장르적으로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다만 우리의 숙제는 ‘이 마니악한 애니메이션을 대중적으로 어떻게 실사화시킬까’였어요.”
강동원의 말처럼 ‘인랑’은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사회와 개인에 대한 메시지, 비관적 세계관에 걸맞은 아름답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시적인 표현력으로 많은 마니아를 양산해낸 명작이다.
“어느 날 양진모(편집 감독) 형이 ‘인랑’을 봤느냐고 하더라고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랑’이라고 하기에 ‘들어본 것 같다’고 했어요. 어딘지 너무 익숙하더라고요. ‘김지운 감독님이 준비 중이니까 애니메이션을 한 번 보고 다시 연락 달라’고 하기에,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었어요.”
원작 애니메이션과 김지운 감독의 ‘인랑’ 시나리오를 접한 강동원은 곧바로 임중경이라는 인물의 빌드업을 시작했다.
“원작 팬들의 지탄을 받지 않기 위해, 임준경은 최대한 원작과 가깝게 만들려고 했어요. 남성적이고 서늘한 느낌이요. 사실 원작은 조금 더 아저씨 같긴 한데…. 하하하. 주변 캐릭터들이 변화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임준경 캐릭터는 원작과 가깝게 가져가려는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힘든 작업이었다. 원작의 캐릭터를 가깝게 살리는 것도, 감정 표현을 절제하되 인물을 풍성하게 표현하는 것도. 배우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사나 감정 표현이 적되 고민은 많은 캐릭터. 이런 캐릭터들은 연기할 때 쉽지 않아요. 전작 ‘의형제’ 송지원 역도 마찬가지였는데, 임준경은 (이런 종류의 캐릭터 중) 끝판왕이라고 생각해요. 대사도 훨씬 더 적어서 시작부터 각오했었죠. 없어서 시작 전부터 각오했었죠. 연기자로서 감정표현을 안 하는 건 여러모로 힘들거든요. 홀로 감정을 너무 절제하다 보면 ‘이상해 보이지 않나?’, ‘내가 너무 안 드러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돼요. 내려놓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밀고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 생각보다는 감정 표현이 더 드러났던 것 같아요. 냉혈한처럼 그려지다 마지막에 무너지는 걸 계산했었는데, 감독님은 조금 더 감정을 드러내기를 바라셨어요.”
김지운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였다. 그는 원작을 한국적인 배경으로 치환하는 과정 역시 너무도 믿음직했다고.
“저는 가상현실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통일 설정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알고 썼나?’ 싶을 정도로 닿아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많은 부분 공감이 갔고 여러 버전의 시나리오 중 근 미래 버전이 가장 좋았어요. 말이 근 미래지 사실 현재랑 똑같은 느낌이죠.”
‘인랑’의 상징 격인 강화복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강동원은 “강화복을 처음 입고 그 무게에 깜짝 놀랐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터미네이터’, ‘아이언맨’ 슈트를 만든 분께서 ‘인랑’의 강화복도 만들어주셨어요. 처음 테스트를 할 땐 ‘이렇게 무겁게 밖에 만들 수 없나요?’라고 할 정도로 (무게가) 엄청났어요. 어떻게 연기하나 싶었는데, ‘테스트니까 더 가벼워질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완성본도) 큰 차이를 못 느꼈지만…. 돈을 더 들이면 더 가벼워질 수 있다고 하던데. 최선이었죠. 그분도 ‘인랑’의 굉장한 팬이라서 열심히 만들어주셨대요. 덕분에 멋진 슈트가 완성됐죠. 제게도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입을 때도 기분 이상하고 좋더라고요.”
강화복을 입고 격한 액션을 소화하는 것도 강동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시작 전부터 운동을 많이 하고 시작해서 강화복을 입고 액션하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불편한 점이 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니까 몸이 적응하더라고요.”
또한 대역 없이 강화복 액션을 소화한 강동원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감정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액션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같은 동작이라도 감정 연기를 해야 (보는 이에게) 전달이 돼요. 안 보여도 감정을 그대로 가져가야 하니까요. 무용도 같은 원리라고 봐요. 액션을 할 때 감정을 가지고 가면, 보여주는 게 다르거든요. 예컨대 걸을 때도 축 처져서 걷는 것과 그냥 걷는 것은 (감정적으로) 차이가 있잖아요. 강화복을 입고 연기하더라도 안에서 꾸준히 감정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조금 더 특별했던 건 가면을 쓰고 클로즈업을 할 때였어요. 특정 표정을 지으면 가면과 헬멧이 움직이는데 상황에 맞게 그 움직임을 더했어요. 일일이 계산해서 연기한 거죠.“
영화 ‘인랑’은 200억 원을 투자한 작품으로 여름 시장 흥행 대작으로 손꼽혔으나 무겁고 어두운 세계관으로 대중과 거리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 강동원은 “흥행이 곧 도전으로 이어진다”며, ‘인랑’에 대한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했다.
“당연히 흥행이 되면 좋죠. 진취적으로 새로운 걸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흥행이 안 되면 ‘안정적인 작품을 선택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이 작품도 흥행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인랑’이라는 우려와 걱정도 많았으나 새로운 도전이고 모두 힘을 합쳐서 만든 작품이니까요.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네요.”
오는 9월, 강동원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에 출연, 정의로운 시민 역할로 새로운 면모를 드러낼 예정.
“할리우드 진출을 함으로써 한국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요. 지금 한국 영화계는 포화상태니까요. 배우들이 진출해서 시장을 넓혀야 숨이 좀 트일 것 같기도 하고요. 열심히 해서 ‘한국 배우들 괜찮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한계를 느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