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무역마찰이 더욱 격화될 경우 중국이 외화준비고로 갖고 있는 미국 국채를 본격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이 중국에 대해 1차 관세폭탄을 퍼부었을 때, 일시 58억 달러(약 6조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적이 있었는데, 6월 하순 미·중 간의 2차 관세폭탄이 시작되면서 이 이슈가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엔 양국이 보복관세 공방을 계속할 경우 중국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바닥에 깔려 있다. 작년 중국의 대미 수입액은 1300억 달러로 미국의 대중 수입액 5050억 달러의 4분의1 수준. 따라서 미국이 중국보다 더 많이 수입하는 초과수입액 즉, 3750억 달러에 대해 추가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같은 보복관세율을 적용하는 한 수입액 부족으로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미·중 무역마찰이 보복 치킨게임이 될 경우 중국이 쓸 수 있는 대응카드를 살펴보자. 우선 최근 미·중 간의 현안 중 하나인 북한의 비핵화 같은 비경제적인 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미국과 북한이 격렬히 대립하고 있을 땐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압박은 필수적인 만큼, 중국으로선 아주 유효한 카드라 할 수 있다. 그럼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은 어떤가. 일견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하기 위해선 여전히 중국의 협력이 필요할 듯해 보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되레 이게 중국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다소 복잡한 방정식이 된 셈이다.
그럼 경제적 카드론 뭐가 있을까. 첫째, 위안화 약세정책이라고 한다. 하긴 위안화 약세정책은 이미 중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위안·달러환율이 이미 크게 절하되어 지난 6개월간 최저수준. 1분기 강세였지만, 4월 이후론 약세가 뚜렷하다. 시장에선 그 계기로 미·중 무역마찰의 격화도 격화지만, 서로 반대방향의 양국 금융정책이 한몫했다고 본다. 6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오히려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금리인하를 선택했을까. 중국 정부로선 금리인하로 경기둔화도 완화할 수 있지만, 미·중 간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달러 대비 위안화가 약세로 되고, 그 경우 미국제품의 중국 내 가격경쟁력이 약화돼서 사실상의 보복관세효과라는 계산을 했음직하다.
두 번째 카드론 미국기업의 중국 내 활동규제 조치 또는 관제조직을 동원한 미국제품의 불매운동과 같은 질적 수단을 꼽는다. 사드 이슈가 한창일 때, 공식조치 없이 중국인 관광을 규제했던 사례는 우리가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카드로 중국 정부가 만지작거리는 게 미국 국채 매각이다. 금년 4월 기준 중국 정부와 민간 합계로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 잔액은 1조1819억 달러(약 1307조원)로 일본의 1조312억 달러보다 많은 세계 최대 보유국이고, 미 국채발행 잔액에 대한 비율도 19.2%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럼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각할 수 있을까. 골드만삭스 같은 분석기관에선 쉽게 미국 국채를 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미국 경기둔화, 미 증시하락 등 미국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미국 국채 매각에 따른 달러 매도로 달러가 약세로 되면,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커지고, 미국 금리상승으로 중국의 달러표시회사채의 디폴트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 중국의 위험도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달러 약세, 위안화 강세로 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현재 쓰고 있는 위안화 약세 유도정책과 모순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시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러한 중국경제 및 금융시장에서의 위험에도 불구, 미·중 무역마찰이 더욱 진행되면 중국은 미국 국채 매각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종의 옥쇄전략일 수도 있지만, 단계적 매각전략을 택할 경우 중국보다 미국의 충격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부분적으로 나눠 팔면 미국금리가 실제 상승하기보단 상승기대로 인한 환율, 주식시장 혼란이 더 커지기 쉽고, 그 경우 외국인 비중이 높지 않은 중국보다 금융의존도와 개방도가 높은 미국이나 글로벌 시장의 충격이 훨씬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