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결정회의가 잇따라 예정돼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연내 금리 인상 횟수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신흥국 경제를 중심으로 '6월 위기설'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 美연준 6월 금리 인상 확실시...인상 횟수에 주목
이 같은 전망은 미국의 경제 지표가 양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국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대로 하락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2%p 상향 조정한 것이다.
6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횟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초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 가능 횟수를 3차례로 밝혔지만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여부 등에 따라 4차례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FF 금리선물 시장도 올해 4차례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36%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워치는 8일 보도를 통해 "이번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올해 두 번째 금리 인상이자 양적 완화 정책 시행 이후 7번째 움직임이 된다"며 "연준은 단기 금리를 올리는 향후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통해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온 이후 다시 반등한 상태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8일 기준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대비 0.14%p 오른 2.937% 수준을 나타냈다.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자본 유출 등 신흥국 경제에 대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ECB·BOJ도 통화정책 결정...신흥국 '6월 위기설' 재점화
외신들은 6월이 신흥국 경제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연준 FOMC 외에도 세계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통화정책회의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 집행위원회를 통해 출구 전략 전환 여부를 논의한다.
일본중앙은행(BOJ)도 14~15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보도를 통해 BOJ가 인플레이션 달성 목표치(2%)의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각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6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지는 것이다.
앞서 다수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에 따른 자본 유출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의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는 연초 대비 19% 하락한 상태다.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도 각각 18%, 6% 떨어졌다.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가 연초 대비 34% 급락하면서 신흥국 위기를 고조시켰던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IMF가 3년간 500억 달러(약 53조85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시름 덜게 됐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터키 등이 환율 방어를 위해 정책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면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한 뒤 신흥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6월 '긴축 발작'이 재연되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도 "양적 완화라는 신흥국의 안전감이 사라질 수 있는 만큼 위험자산에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고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