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선사의 적취율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해운사를 돕는다는 개념보다는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를 살린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화주가 국적선사의 컨테이너선 적취율을 70%까지 높이고 전략화물을 모두 맡길 경우 조선·해운업의 경제유발효과는 무려 5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철강업계와 각종 선박기자재업체, 해상보험업계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본지가 한국선주협회와 함께 국적 해운사의 적취율 제고에 따른 경제유입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다.
본지와 선주협회는 2025년을 기준으로 적취율 목표를 컨테이너선 기준 70%, 전략물자를 100%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해운‧조선업에 어느 정도의 경제가치가 있는지를 추산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선사들의 적취율은 컨테이너선 43.2%, 전략물자 52.3%였다. 각각의 물동량은 529만TEU(1TEU는 20피트 표준 컨테이너 1대), 1억9599만t이었다.
과거 15년간 평균물가 상승률(3.3%)만큼 물동량이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2025년 우리나라의 한해 컨테이너 물동량은 1553만TEU에 달한다. 이중 70%(1087만 TEU)의 화물을 국적선사가 확보한다면 이로 인해 늘어나는 해운 매출은 약 16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략물자의 적취율을 100%로 가정했을 경우 총 물동량은 4억7430만t에 달하고 해운수입은 15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적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해운사가 총 31조원의 매출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국내 선사들의 전체 매출이 30조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해운 운임을 토대로 산정한 결과다. 따라서 향후 운임이 인상된다면 매출 증대효과는 더 커진다.
고용 창출 효과도 마찬가지다. 해운업계에선 6800명의 추가 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경제유발효과가 해운업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운업 낙수효과에 따른 신주 발주로 조선업 일감이 늘어나고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물동량 전망치를 적용할 경우 국적 해운사는 2025년까지 컨테이너선 56척과 벌크선‧탱커선‧LNG선 209척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현재 선가 기준으로 23조원에 달한다. 해운업과 조선업을 합쳐 총 54조원 수준의 경제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선업에서 일감이 발생하면 선박 조선에 필요한 후판을 제조하는 철강업계와 각종 선박기자재 업체에도 경제효과가 유발된다. 또 해운업 일감이 늘어남에 따라 선박관리업체, 해상보험업계, 해상화물중개업체, 무역업체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목표로 설정한 적취율을 달성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양 컨테이너선 비중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이번 추산에선 근해 컨테이너선 적취율을 76.3%, 원양선의 적취율을 60.6%로 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원양선 적취율이 19.1%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약 40%포인트가량 높여야 한다.
현재 국적선사가 수송하는 국내 화주의 원양 화물은 94만TEU 수준인데 이를 379만TEU까지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화주들에게 국적선사를 이용해달라고 요구만 해서 달성될 일이 아니다. 결국 국적선사가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글로벌 선사에 비해 당장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는 국적선사에 경쟁력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적선사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출 때까지는 화주들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해운재건 계획에서도 드러나듯, 결국 상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화주들이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대신 선사들도 국내 선주들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