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인 일본은 높은 화물 적취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해운업을 영위하며 조선 등 전후방 산업과 공생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의 총량) 기준으로 그리스에 이어 2위다. 2017년 기준 선박수는 총 3901척으로, 1656척인 우리나라보다 2.4배 많다.
일본이 이처럼 해운강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안정적 수요'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자국화물 및 전략물자 적취율이 각각 30~40%, 50%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40%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이런 높은 적취율은 장기수송계약까지 더해져 일본 선사들의 수익성 증대로 직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일본선사의 총운임수입 가운데 자국화물 운송비중은 전략물자 수송을 담당하는 부정기선과 유조선의 경우 각각 63%, 78%를 차지했다.
니혼유센(NYK)과 미쓰이상선(MOL), 케이라인 등 일본 3대 해운사 모두 2017년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김대진 산업은행 연구원은 "일본 원양선사들의 경우 컨테이너 부문 등 단일 선종에 대한 비중이 전체 사업 비중의 50%를 넘지 않는 다변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선종에 대한 운임이 하락해도 벌크선이나 자동차전용선 등 다른 선종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안정적 해운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우리나라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해운업을 포괄적인 해사산업(해운·조선·기자재산업)으로서 자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자연스레 자국 화물 적취율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금융논리의 잣대로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우리나라와 대비된다.
일본은 선사 선정에 있어서도 지명입찰방식을 채택, 외국 선사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선사 입장에선 화주와 지속적인 사업을 이뤄나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도 적취율 제고, 나아가 해운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적선사가 전략물자 운송 등에 대해 국내 화주들과 장기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르면 국적선사가 국내 화주들의 장기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일부 공기업의 경우 수입 물량 절반에 대해서만 선사 선택권을 갖고 나머지는 판매처에 일임하는 등 소극적이어서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화물 적취율에 대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가 있어야 중·장기적인 화물적취율 확대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부처(산업부, 해수부 등)를 망라하는 협의체를 구성, 이를 대통령 직속 혹은 총리실 산하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