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6말7초 홍콩증시 '데뷔'
샤오미는 이르면 이번주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르면 6월말이나 7월초 상장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명보(明報), 신보(信報) 등 현지 언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샤오미는 이미 지난 주 상장 전 필요한 준비 작업을 마친 상태다. IPO 주간사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중신증권 등이다.
샤오미는 홍콩증시 IPO로 최소 100억 달러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홍콩증시에서는 2010년 AIA 이후 최대 IPO 규모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지난 2014년 알리바바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샤오미 위해서" 25년 만에 상장제도 바꾼 홍콩
워낙 'IPO 대어'인지라 그동안 홍콩은 물론 뉴욕, 상하이,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증권거래소에서 샤오미를 데려가기 위해 '로비'했다는 소문도 있다. 홍콩거래소는 샤오미를 유치하기 위해 25년 만에 상장제도를 바꿔 지난달 30일부터 차등의결권도 허용했다. 샤오미는 홍콩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첫 번째 주자가 될 전망이다.
차등의결권은 기업 경영진에 실제 보유 지분율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주당 의결권을 1개가 아니라 더 많이 주는 것이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위험이 닥칠 때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다. 홍콩거래소는 지난 2014년 차등의결권 부재 문제로 알리바바라는 IPO 대어를 미국 뉴욕거래소에 빼앗긴 아픈 기억이 있다.
홍콩은 지난 2015~2016년 2년 연속 세계 최대 IPO 시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중국 상하이거래소, 미국 나스닥, 뉴욕거래소에 밀려 4위에 그쳤다. 올해 샤오미 IPO를 등에 업은 홍콩은 다시 한번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 좁쌀로 '잭팟' 터뜨릴까
샤오미 상장으로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돈방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가진 샤오미 지분은 약 77.8%에 달하기 때문. 시장은 그가 마화텅 텐센트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대 부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2010년 창업한 지 약 7년 만에 직원 1만5000명을 거느린 연매출 1000억 위안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한대 컴퓨터학과 출신인 레이쥔 회장은 2010년 4월 불혹을 넘긴 나이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출신 엔지니어·연구원 7명과 샤오미를 세웠다. 샤오미는 중국어로 '좁쌀'이라는 뜻이다. 창업자들이 좁쌀죽을 먹으며 미래를 꿈꿨다고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레이 회장이 창업한 동기는 중국산 제품에 따라다니던 '저질', '저가', '짝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샤오미가 내세우는 모토도 '고객 감동과 착한가격(感動人心, 價格厚道)'이다.
샤오미가 2011년 처음 발표한 스마트폰 '미1'는 실제로 '대륙의 실수'라 불릴 정도로 높은 가성비를 자랑했다. 퀄컴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S3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반면 가격은 1999위안으로, 수입산 안드로이드 폰의 절반이었다. 미1은 예약 34시간 만에 30여만개 예약주문량이 폭주했다. '짝퉁 애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샤오미는 짧은 시간 내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5년 샤오미는 애플, 삼성을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 "위기를 기회로" 인도 스마트폰 1위 선점
샤오미에게도 굴곡은 있었다. 2016년부터 주춤한 샤오미는 화웨이, 오포, 비보에 밀리며 5위권까지 순위가 밀려났다.
그때 샤오미가 눈을 돌린 곳은 인도다. 샤오미는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선점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 시장점유율은 31.1%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반면 오포나 비보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현재 인도 시장에서 화웨이·오포·비보 시장점유율을 다 합쳐도 샤오미의 절반 남짓한 수준이다.
레이 회장은 '샤오미 생태계' 건설에도 박차를 가했다. 샤오미가 스타트업에 투자해 인큐베이팅하는 시스템이 바로 샤오미 생태계다. 샤오미는 현재 중국 국내외 340개 스타트 업에 투자했다. 이들은 목베개·보조배터리에서부터 스마트TV·공기청정기·정수기·전동바이크 등 온갖 제품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것은 샤오미 '스마트홈' 생태계로 연결된다.
샤오미는 이제 인도 성장세를 기반으로 중국 본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다시금 1위를 노리고 있다. 레이 회장은 올초 "10분기 내 1위를 탈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싸이눠(賽諾)에 따르면 오포, 비보의 1분기 오프라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13.8% 하락했다. 반면 같은기간 샤오미 스마트폰 판매량은 41.7% 늘었다.
◆"스마트폰 마진은 5% 이내로" 독특한 비즈니스
레이쥔 회장은 최근 샤오미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도 선언했다. "스마트폰 마진은 5% 이내로만 남기겠다"며 “5%를 넘는 마진은 고객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한 것. 그는 "하드웨어는 고객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게이트웨이일 뿐"이라며 "이는 샤오미가 '모두를 위한 혁신'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이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게 아닌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서비스에서 주요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만큼 향후 인터넷 사업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셈이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이를 '레이쥔 회장 특유의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에 따르면 지난해 연 매출 1000억 위안 중 약 70%가 스마트폰·가전제품 사업에서 창출됐으며, 나머지 30%만이 동영상, 핀테크, 게임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에서 창출됐다. 하지만 올해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 비중이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