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출산률 낮아도 '교육열' 뜨거워, 비상하는 중국 온라인 교육

2018-04-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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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64개 유니콘 기업 중 온라인 교육업체 9곳, 전년 대비 2배

출산률 낮지만 교육수요 급증, 두 자녀 출산 허용도 긍정적

우후죽순 진입 따른 콘텐츠 질, 감독 역량 부족 등 문제

[사진=신화통신]

"일요일 오전 8시 30분,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한 외국어학교 2학년인 장스이(張詩怡)는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온라인 강의를 통해 공부를 시작한다. 과거에는 인기 있는 학원의 인기 강의를 들으려면 일찍부터 강의실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집이 먼 학생은 부모들이 쉬지도 못하고 자녀를 학원까지 모셔야만 했다. 하지만 온라인 강의라면 컴퓨터 1대와 조용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최근 중국 온라인 교육(e러닝)의 발전과 함께 달라진 일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 2일 창사시에서 열린 '2018년 인터넷 웨루(岳麓) 서밋과 스마트 클라우드 교육 생태포럼'에 참석한 다이자간(戴家干) 중국교육학회 상무 부회장은 "인터넷의 출현이 증기기관·전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근본적인 생활방식을 변화시킨다면, 민생의 근간이자 국가의 근본인 교육에도 새로운 변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인터넷 보급으로 학생은 편리하게 학습자료를 얻고 학습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났으며 모바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등의 기술로 교육의 스마트 시대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터넷의 보편화로 전자상거래, 전자결제는 물론 O2O(온·오프라인 통합) 등 관련 산업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높은 교육열'을 바탕으로 e러닝 산업도 급성장 중이다. e러닝 시장이 중국 혁신 성장을 이끄는 '유니콘'의 주요 탄생지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e러닝 유니콘, 1년 새 2배로



지난달 23일 중국 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7 중국 유니콘 기업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164곳의 유니콘 중 무려 9곳이 e러닝 업체였다고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가 보도했다. 2016년의 4곳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과학기술부는 중국 본토 등록 기업 중 설립 10년 이하,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미상장 기업을 유니콘으로 분류했다.

중국 e러닝 유니콘 중 기업가치 1~3위는 유아동 영어교육 전문업체인 브이아이피키드(VIPKID·74위), 모바일 앱으로 유명한 이치쭤예(一起作業·함께 숙제하자, 89위), 후장인터넷학교(沪江網校·101위)가 차지했다.

중국 e러닝 시장에 '공유경제' 모델을 도입해 세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브이아이피키드는 우수한 북미지역 교사를 확보해 4~12세 유아동을 대상으로 1대1 화상 영어교육을 제공한다.

시간당 교육비의 절반을 교사에게 제공해 열의를 높이고 자체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영어를 통한 다양한 분야 학습이 가능하도록 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브이아이피키드의 기업가치는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중국 K12(초·중·고 기초교육 단계)에 맞춰 숙제·복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치쭤예의 기업가치는 12억5000만 달러, 영어·일본어·프랑스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학습 콘텐츠와 유학·진학서비스 및 직업기술 교육 등을 제공하는 후장인터넷학교의 가치는 10억8000만 달러로 평가됐다. 

지난달 27일에는 e러닝 스타트업인 싼제커(三節課)가 1000만 위안의 시리즈 A 자금조달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15년 말에 설립돼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액만 5000만 위안(약 84억원)이다. 이제 갓 탄생한 기업까지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국 e러닝 시장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래프=아주경제 DB]



◆출산율 낮지만 교육 수요는 급증

2016년 중국의 교육비 지출이 처음으로 3조 위안을 넘었고 5년 연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기록했다.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의 장기 실시, 출산에 대한 부담 가중과 가치관 변화 등으로 출산율은 낮지만 시장 자체가 크고 두둑해진 주머니와 이에 따라 높아진 교육열이 e러닝 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키우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4~15세 인구만 1억8000만명이다. 중국 당국이 노동가능인구 감소 등을 우려해 두 자녀 출산을 전면 허용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최근 자기계발을 원하는 성인도 늘면서 성인을 위한 e러닝 시장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교육시장 규모는 9조 위안을 넘어섰다. 인터넷 보급 확대와 함께 2012~2016년 e러닝 시장 규모는 697억8000만 위안에서 1853억4000만 위안으로 3배 수준까지 커졌다. 연평균 성장률이 27.66%에 달한다. 지난해는 28% 급증한 2380억 위안까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e러닝 콘텐츠 소비자는 약 1억3500만명, 올해는 1억6000만명이 예상된다.

인민망은 온라인 교육이 아우를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점에서 많은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교육, 기초교육, 직업교육, 대학교육 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 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인터넷이 곳곳으로 보급되면 중국 전역을 파고들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교육기회의 균등화를 실현해 공평하고 성장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된다. 

중학생 자녀를 둔 창사시 시골 마을의 한 학부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교육은 새로운 시대가 작은 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안겨준 축복"이라며 "내 아이가 전국 학생들과 똑같은 교육을 누릴 수 있어 기쁘다"고 변화를 반겼다. 

다이자간 부회장도 포럼에서 "교육의 균등한 기회는 공평 사회를 실현하는 기본 조건"이라며 " '인터넷+교육'이 교육 기회의 평등과 교육의 디지털화, 가시(可視)화, 개성화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콘텐츠 질 천차만별, 경쟁도 치열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교육의 장소가 학교나 학원이 아닌 집으로, 학생의 통제(교육시간·분량·집중도)가 어려워 개인별 교육 효율 격차가 큰 것이 대표적이다. e러닝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콘텐츠의 질도 천차만별이다.

온라인 강의나 교사 선택을 광고나 입소문에만 의존하다 보니 불만도 높다. 이제 막 태동해 성장세로 접어든 '신흥산업'으로 당국의 관리·감독 역량이 부족하고 진입 문턱이 낮은 것도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극화 현상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는 결국 시장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증국증권보는 최근 시장정보업체 윈드의 통계를 인용, 증시에 상장한 29곳의 e러닝 테마주 중 지난달 21일까지 25곳이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고 이 중 14곳은 순이익이 증가하고 11곳은 감소해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실적 상승 그래프를 그린 14곳 중 카이위안구펀(開元股份), 친상구펀(勤上股份), 얼류싼(二六三) 등 3개 상장사의 순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뛰었다. 특히 카이위안구펀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1억6100만 위안으로 증가율이 무려 2631.25%에 달했다. 매출은 187.89% 급증한 9억82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반면 11개 상장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감소폭도 가파르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급감한 기업이 자촹스쉰(佳創視訊·613.6%), GQY스쉰(GQY視訊·392.6%), 후이관구펀(匯冠股份·82.32%), 퉈웨이정보(拓緯信息·68.72%), 화핑구펀(華平股份·52.12%) 등 5곳에 달했다. 

◆혁신으로 발전하자, 중국 유니콘 '쑥쑥' 

중국 당국이 혁신을 강조하고 '대중창업, 만중혁신'을 추진하는 등 첨단기술 강국 도약에 속도를 올리면서 곳곳에서 유니콘이 탄생하고 있다. 당국의 지원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은 곳도 상당수다.

온라인 교육은 물론 금융, 전자상거래, 콘텐츠, 공유경제 등 분야도 다양하다. 과학기술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유니콘은 총 164곳으로, 이들 기업의 총 가치는 6292억 달러(약 665조38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16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평균 몸값이 38억3700만 달러라는 의미다. 

중국 유니콘 1위는 알리바바의 금융 관계사이자 알리페이로 유명한 마이진푸(螞蟻金服·앤트파이낸셜)로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다. 우버차이나를 인수한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이 560억 달러로 2위, 샤오미가 460억 달러로 3위,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리윈(阿里雲)이 390억 달러로 그 뒤를 따랐다.

유니콘 분포도로 파악한 중국 최대의 혁신 도시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이 위치한 베이징으로 기업 수와 가치 비중이 각각 42.7%, 44%로 절반에 근접했다. 기업 수 기준으로는 상하이(22%), 가치 비중으로는 항저우(22.6%)가 2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 중국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성 선전과 우한, 홍콩, 닝더 등의 혁신 열기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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