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격변기에는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이익도 있다

2018-03-2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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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틴전시 플랜으로 다양한 변수를 읽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 -

[김상철]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우리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쟁국에 비해 더 민감하고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구조적 상황이다. 협상에 있어서도 힘이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를 이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거나 섣불리 백기를 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면서 현상을 분석하고 방향키를 제대로 잡으면 의외의 이득을 볼 수도 있다. 그렇게 하려면 상대의 의중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질서의 틀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정확인 예측 능력이 필요하다. 비록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다고 하더라도 양측이 자기 진영으로 끌어 댕기려는 매력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이다. 매력이 있으면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을 갖게 되는 것이고, 없으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의 늪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최근의 정세를 보면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이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이다. 외견상 미·중간의 G2 통상 전쟁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주변국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면밀히 보면 전쟁만 있는 것이 아니고 물밑으로 엄청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이 틈새에서 우리와 같은 나라가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의외의 이익을 챙기는 경우의 수도 생겨날 수 있다. 트럼프의 파상적 보호무역 공세는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인다. 일단 오는 11월에 있을 중간선거에 더하여 이를 근간으로 확실한 재선 가도를 닦겠다는 정치적 사활이 걸린 도박이다. 특유의 벼랑 끝 치킨게임 전술을 통해 상대로부터 최대한 전리품을 획득하여 이를 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수법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이나 미국 시장 매출이 많은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유치를 성공하고, 이를 통해 일정 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강한 통상 압박도 향후 파장에 대한 손익계산이 끝낸 상태에서 현 국면을 주도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식 일방적 통상 보복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선거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소비자들의 물가상승 우려나 생산자들의 원가상승 압박 등이 그것들이다. 중국이 보복관세나 등으로 카운터펀치를 날릴 시 미국의 수출업체 혹은 중국 내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치명타를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장기전으로 가기보다 상대국과의 신속한 협상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물에 집착하고 있다. 참모들을 강경파로 대거 교체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과는 이미 자동차·반도체·금융 등에 대한 추가 시장개방과 관련한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관련 업계가 유탄을 맞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커지만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손익계산을 철저히 하고, 정확한 위치선정을 하면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하기 나름이다. G2 통상 전쟁 등 보호무역이 갖고 올 이해타산을 명확히 정리해야 하고, 손해를 보지 않고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쪽으로 포지션을 찾아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지만 한·미 FTA 협상 개정도 일단락되었다. 국력의 열세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준비 과정, 협상 능력 등에서 현저하게 밀린 것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다만 추가적인 미국의 압박 공세를 현 수준에서 막아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우리의 희망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철강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자동차 관련해서는 픽업트럭 관세 인상과 안전기준 완화를 통한 추가 시장 개방이 이뤄졌지만 이제 감내하면서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내야 한다. 죽는 길보다는 사는 길에 설 수 있는 큰 안목과 디테일한 지혜가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격변의 시기에는 위기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플랜 1만 있는 것이 아닌 2,3,4 등으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의 가동이 필요하다. 연이어 닥칠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의 복잡한 변수에 대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마련되어야 한다. 통상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중 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시장의 창출 혹은 확대 전략이 만들어져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하이테크 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익계산에도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당연히 손해는 최소화하고, 반사이익은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균형적인 위치를 선정하고 효율적으로 견지해 나가야 한다. 중국 주도의 RCEP에 적극 협력하고, 일본 주도의 CPTPP에도 빨리 발을 담가야 한다. 과연 이러한 플랜이 있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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