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대 인터넷공룡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앞다퉈 '신소매(新零售)' 제국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마트,수퍼마켓에서 최근엔 가구·인테리어 패션업으로까지 영토가 확장된 모습이다.
신소매는 온·오프라인의 벽을 허무는 소매와 스마트 물류를 융합한 새로운 소비 유통 개념으로, 전자상거래를 대체하는 미래 유통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빅데이터·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을 업그레이드해 기존의 소매업계의 구조와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 의미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이 지난 해 10월 처음 제창했다.
베이징청년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지난 11일 중국 가구상 쥐란즈자(居然之家)에 54억5300만 위안(약 9360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확보했으며, 양사는 앞으로 신소매 방면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알리바바는 자사가 보유한 클라우드 및 물류 플랫폼 기술을 지원해 쥐란즈자 매장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양사 회원 시스템의 상호연동, 상품의 수치화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인테리어 선택이나 가구 구매에 있어서의 기존과 다른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클라우드 플랫폼에 기반해 인테리어 설계에서 자재 구매, 시공관리까지 전체 공급망을 관리하기로 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말까지 소매·유통 기업에만 500억 위안 넘게 투자해 거대한 신소매 제국을 건설한 상태다. 가오신리테일을 비롯해 싼장쇼핑(三江購物), 인타이쇼핑(銀泰商業), 롄화마트(聯華超市), 신화두(新華都) 등 대부분 수퍼마켓·백화점 등이 알리바바 신소매 진영의 대표주자들이다.
비록 후발주자지만 텐센트의 신소매 영토 확장 움직임도 알리바바에 뒤지지 않는다.
텐센트는 앞서 2일 하룻새 중국 가전유통업체 부부가오(步步高)와 '중국판 유니클로' 하이란즈자(海瀾之家)와 신소매 방면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부부가오는 중국내 600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보유한 대형 가전유통업체다. 텐센트는 향후 자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컴퓨팅 등 IT기술력, QQ·위챗 메신저 등 인터넷 상품, 그리고 10억명이 넘는 광범위한 이용자를 바탕으로 부부가오의 제품 품질을 높이고, 재고관리를 업그레이드하고, 공급체인의 인터넷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또 중국 국민 남성복 SPA 브랜드 하이란즈자에는 25억 위안을 투자해 지분 5.31%를 확보했다. 텐센트는 하이란즈자 산하 전국 5000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텐센트의 IT 기술력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로써 텐센트의 신소매 제국은 패션업으로까지 확장된 모습이다.
특히 하이란즈자는 알리바바가 눈독을 들였던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하이란즈자는 알리바바와 신소매 방면에서 협력하기로 했으며, 마윈 회장이 직접 하이란즈자 본사를 방문했으나 결국 하이란즈자는 텐센트의 손을 잡았다.
텐센트는 신소매 방면에서 반 알리바바 전선을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5대 슈퍼마켓 체인인 융후이마트, 세계적 유통업체 까르푸, 완다 등 거침없는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그동안 온라인투오프라인(O2O)나 전자상거래 방면의 기업에 투자해왔던 텐센트는 최근 오프라인 소매·유통 업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신소매 투자 방식은 사뭇 다르다는 게 눈여겨볼만하다.
알리바바는 유통업체에 투자할 때 최소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고 해당 기업을 알리바바 '신소매 실험장'으로 만든다. 지난 2016년 투자한 신선식품 마트인 허마셴성(盒馬鮮生)에 최첨단 주문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게 대표적이다.
반면 텐센트는 지분 5% 남짓만 확보하고 해당 기업에 기술적 경쟁력만 지원해 주는 게 전부다. 실제로 텐센트는 스스로 "우리는 조연이다. 기업이 주연이다. 우리는 기업들을 인터넷과 연결만 해줄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중국의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알리바바의 신소매는 '애플'처럼 폐쇄적인 반면 텐센트의 신소매는 '안드로이드'처럼 개방적"이라고 평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