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S] 깨어난 무슬림 女心…‘K-뷰티 유혹’에 빠지다

2018-01-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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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업체, 새 수출판로 중동 지목…인구·성장 잠재력 높아

네이처리퍼블릭 1호점 오픈날 매출 1억원…헤어제품 판매도 급증

LG생건·토니모리 큰 성과…초기 정착 어려워 미샤·아모레 등 고전

네이처리퍼블릭이 지난 24일 중동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인도네시아 1호점을 오픈했다. 이날 1500여명이 줄을 서 기다렸으며, 첫날에만 12억 4200만 루피아(약 1억원)를 판매했다.  [사진=네이처리퍼블릭 제공]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새 수출 판로로 중동 화장품 시장을 지목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 및 경제 성장 잠재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동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에서 고배를 마신 화장품업체들은 중동 시장을 통해 수출 전략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이들 업체는 K-뷰티·한국 드라마 등 한류에 관심이 많은 10~2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중동 시장은 빈부격차가 심하고 문화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막강한 인구력을 자랑하는 중동 화장품 시장은 세계 5대 화장품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4억명의 인구가 연간 20조원을 소비하고 있으며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도 뛰어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동 화장품 시장은 2015년 180억 달러(약 19조1700억원)에서 2020년 360억 달러(약 38조3400억원)로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화장품 산업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달한다.
중동지역 여성들은 문화적 특성으로 부르카·히잡 등으로 머리나 얼굴 일부를 포함해 신체 대부분을 가린다. 눈 주변과 손과 발만 노출하는 경우가 많아 노출된 부위를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눈 부분의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는 편이라 브로(눈썹 제품)나 마스카라, 속눈썹 등을 사용하지 않고는 외출을 꺼릴 정도다.

때문에 눈썹 및 아이메이크업 관련 제품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중동시장에 진출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특히 선명한 블랙 컬러 제품이 인기가 높다"며 "혹독한 날씨 덕에 기초제품 및 선크림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 소비자의 피부 컬러에 맞춘 BB크림 파운데이션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금어장 '무슬림 시장' 눈독 들이는 뷰티업체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 24일 인도네시아에 1호점을 오픈하며 무슬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픈 첫날 1500여명이 줄을 서 기다렸으며, 이날 12억4200만 루피아(약 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덥고 습한 현지 기후 덕에 수분 제품의 판매율이 높았다. 기초케어인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이 가장 많이 팔렸다. 1인당 수딩젤 구매 수량이 평균 5~6개였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이를 계기로 인도네시아에 연내 10개 매장을 출점하고 중동 등 무슬림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는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센텐스로 중동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유통그룹인 파와츠 알호카이르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파와츠 알호카이르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올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와 제다에 각각 매장을 열고 올 연말까지 4개 매장을 더 개점할 계획이다. 
 
헤어 제품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세화피앤씨 화장품 브랜드 모레모는 지난해 5월 두바이에 론칭한 이후 8개월 만에 판매량이 20배나 급증했다. 초기의 수출은 월 2000~3000개에 불과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요르단 등 중동 지역에서 월 4만~5만개씩 판매되고 있다. 수출국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요르단, 오만, 레바논, 튀니지, 바레인 등 7개국으로 늘어났다.

세화피앤씨가 중동지역에 수출 중인 제품은 물미역 트리트먼트로 불리는 워트 트리트먼트를 비롯해 헤어 에센스, 스칼프 샴푸, 바디, 페이스 등 모레모 라인 20여종이다. 세화피앤씨는 모레모만의 핑크빛 감성을 담은 고급화장품이 중동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아랍경제권 거점국가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에도 진출해 중동지역 K뷰티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을 필두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더페이스샵은 현재 요르단 등 6개국에 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제공]


◆ 히잡 쓴 무슬림 女心 사로잡은 K-뷰티 

가장 활발하게 진출한 업체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2006년 요르단, 2007년 아랍에미리트 진출을 기점으로 현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아르메니아, 바레인 등 6개국에 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아랍에미리트에선 현재 20여개 매장에 입점돼 있다. 더페이스샵는 중동시장에 진출할 당시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전 세계의 윈도 역할 도시로 부상하던 터라 아시아, 유럽 등 해외시장에 브랜드를 알리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3년 초 1호점을 내고 리야드를 중심으로 마카·제다 등 제 2도시로 영역을 확대했다.

더페이스샵은 한류 영향과 함께 문화 수용 폭이 넓은 젊은 여성층을 공략했다. 중동은 여성 평균 연령이 낮고 10~20대 소비자층이 두껍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중동 진출 초기 에코프렌들리(Eco-Friendly), 오가닉(Organic) 등 자연주의 콘셉트와 한국드라마와 한국가요로 시작된 한류를 적극 활용해 현지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며 "다양한 문화를 적극 수용하는 젊은 소비층을 공략한 귀여운 디자인의 색조 제품과 CC크림 등 자연주의가 부각되는 마스크시트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진출 노하우를 설명했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중동에서 5호점을 내며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중동의 제다(2개), 리야드(1개), 알바틴(1개), 다와드미(1개) 등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 세포라에 토니모리 제품이 추가 입점되면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수출 초반에는 중동 화장품 시장의 진입 장벽을 뚫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으나 독특한 제품 디자인을 통해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시장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며 "향후에는 유니크한 용기 디자인, 우수한 제품력으로 올해 점차적으로 중동 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누구에게나 황금시장 아냐" 아모레퍼시픽 더딘 발걸음 

중동 시장이 누구에게나 황금어장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개척된 시장인 만큼 초기에 자리잡기가 어렵고 이미 진출해 있는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샤는 단독숍으로 유일하게 두바이에 매장을 냈으나 수익 부진으로 철수했다. 미샤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중동 5개국 편집숍과 H&B스토어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빈부격차가 심하고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은 주로 해외 명품을 찾아 중저가 국내 화장품 제품들이 자리잡기 쉽지 않다"며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도 많이 진출한 상황이라 시장 잠재력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도 중동 진출에선 후발주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 아모레퍼시픽 중동법인을 설립했고 그해 12월 중동 최대 유통기업 알샤야그룹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하반기 내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론칭하고 GCC 국가 등으로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야심차게 밝혔었다. 그러나 아직 매장을 내진 못한 상태다. 현지 매장을 준비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신년사에서도 중동 등 신규 시장의 진출 가속화를 강조한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동 1호점인 만큼 좋은 입지를 찾고 현지 매장이 빠지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매장 오픈이 지연되고 있다"며 "중동 1호점은 2월이나 3월께 오픈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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