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반제품 ‘슬래브’ 가격 2년 만에 2배 급등···수요산업 공급가격 인상 격화

2018-01-2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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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별 슬래브 수입가격 추이[그래픽=한국수입협회 제공]


열연·냉연강판·후판 등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철강 반제품 ‘슬래브’ 가격이 2년 만에 2배 넘게 올라 완제품 철강재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슬래브 가격 상승의 원인은 수요 증가보다는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 원인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으며, 여기에 철강재의 최종 수요자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의 생산 증가 폭이 낮아 철강사들이 가격 인상 만큼의 수익을 거두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24일 한국수입협회가 수입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수입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일본과 브라질로부터 수입하는 슬래브 가격은 t당 520달러로 전월 대비 20달러(4.00%), 전년 동월 대비 75달러(16.85%) 올랐다. 지난 10년간 추이를 봤을 때 사상 최저치였던 2012년 12월 250달러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2014년 9월(510달러)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던 슬래브 가격은 지난해 10월 3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500달러(530달러)를 회복한 뒤 3개월 째 고공세를 유지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슬래브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연내에 600달러에 근접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슬래브 가격이 60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3월(620달러)가 마지막 이었다.

또 다른 철강 반제품인 ‘빌릿’도 일본과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입가격이 2016년 8월 t당 300달러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해 12월 t당 520달러까지 상승했다.

반제품 가격 상승에 따라 열연, 냉연, H형강, 철근, 후판 등 주요 철강재 완성품 수입 가격도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열연제품(중국산) 수입가격은 t당 595달러, H형강(중국산)은 614달러, 철근(중국산)은 626.75달러로, 철강 경기의 끝물이라 불렸던 2012년 수준대의 가격을 회복했다.

수입 철강재 가격 상승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판매 가격도 상승했음을 의미한다. 3사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고로를 통해 슬래브와 빌릿을 생산하고 있어 가격 상승이 수익성 확대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제품을 구매해 가공·생산하는 중견 철강사들은 매출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구매가 상승에 원·달러,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까지 겹쳐 얻을 수 있는 이익 폭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공급가격을 인상하려고 해도 수요산업 대부분의 업황이 부진해 원가 부담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최근의 가격 상승세가 마냥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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