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10일째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을 3-0(6-4, 7-6<7-5>, 6-3)으로 꺾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대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가족은 이런 정현을 묵묵히 응원했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낸 경기인 출신이다. 그의 형 정홍은 실업 현대해상에서 테니스 선수로 활약 중이다. 29일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앞둔 정홍은 마지막까지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호주오픈을 함께하고 있다. 16강전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를 꺾은 정현은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한 가족들에게 큰절을 했다.
정현의 지도를 맡는 네빌 고드윈 코치(남아공)와 손승리 코치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고드윈 코치는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케빈 앤더슨(남아공)을 가르쳤으며 2017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올해의 코치상을 받았다. 손승리 코치는 현재 대한테니스협회 국가대표 후보 선수 전임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2018호주오픈에서 정현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재치 있는 인터뷰로 세계 테니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조코비치를 꺾은 후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나의 우상이다. 그와 함께 테니스를 한 것만으로 나의 꿈이 이뤄졌다”며 겸손함을 보였던 정현은 8강전 승리 후 “조코비치와 경기에서 겨우 이겼다. 이번 경기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현지에서 응원해주신 한국분들께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팬과 친구들도 고맙다. 아직 안 끝났다. 금요일에 뵙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현은 8강전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상황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정현은 “사실 마지막에 40-0이 됐을 때 무슨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듀스에 이어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몰렸다. 일단 공을 상대 코트에 집어넣고 달리기 바빴다. 결국, 아무런 세리머니도 못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메이저대회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룬 정현 덕분에 한국 테니스는 저변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정현처럼 되고 싶다’는 꿈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