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헬스장에 처음가도 홀로 능숙하게 기구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한 운동복 덕분이다. ‘이 옷’만 입으면 코치가 내 옆에 바짝 붙어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 옷이 정확한 자세를 잡아주기 때문이다. 쇼트트랙계에서 이를 현실화했다. ‘스마트슈트’가 그러하다.
스마트슈트는 일반 운동복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옷 안 쪽에 5개의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허리, 허벅지, 정강이에 있는 센서가 선수의 움직임을 실시간 밀리미터(mm)단위로 측정한다. 선수들의 신체 움직임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신체와 빙판사이의 거리까지 잰다.
선수들은 코치의 조언을 듣기 위해 멈출 필요가 없다. 111.12m의 아이스링크를 달리는 내내 자세를 가다듬는다. 훈련시간을 절약함은 물론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은 선수들의 자세를 정밀히 조정한다. 이를 선수들의 신체조건에 맞게 최적화시키고, 반복적으로 몸에 익히도록 한다. 스마트슈트는 한국 대표 팀에도 없는 첨단 기술이다. 스마트슈트는 훈련 전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 올림픽 등 실전에서는 착용하지 않는다.
스마트슈트는 삼성이 제작했다. 지난해 초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과 ‘삼성 네덜란드’가 손을 잡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네덜란드 국가대표선수인 싱키 크네흐트와 수잔 슐팅를 후원한다. 남자선수와 여자선수 두 명을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했다.
싱키 크네흐트는 네덜란드 쇼트트랙계에 최초로 메달을 안겨준 선수다 종목에 관계없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12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안현수 선수에게 손가락 욕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수잔 슐팅은 작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1천m 2위를 했다. 네덜란드 쇼트트랙을 이끌어가고 있는 차세대 주자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빙속여제 이상화의 강력한 라이벌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가 꼽히고 있다. 소치올림픽까진 이상화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라 그곳에서 네덜란드의 마리안느 팀머(40) 코치를 만난 후 달라졌다. 2016~17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여섯 번이나 우승했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 4차 대회 1,000m에서 세계신기록(1분12초09)까지 달성했다.
Winter is coming.
하계 올림픽의 양궁처럼 ‘쇼트트랙’은 한국선수들의 금(金) 밭이다. 명실상부 세계최강이다. 한국선수들이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나온 메달의 삼분의 일을 쓸어갔다. 한국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메달 53개 가운데 42개가 쇼트트랙 메달이다. 금메달 26개 중 21개도 쇼트트랙에서 가져왔다.
팀 추월은 네덜란드가 절대강자다. 팀당 3명이 출전하는 유일한 단체종목이다. 각 팀이 링크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6바퀴를 달린다. 스마트 슈트로 평창동계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전진 중인 싱키 크네흐트는 2015년 한국선수단에게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활약에 눈길이 모아지는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