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새 역사'를 썼지만 올해는 이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잠재적 위험요소와 함께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 강세·고금리·유가 상승'의 '신(新) 3고 현상'에 따른 하방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에 수출총력체제를 가동, 올해 수출 4% 이상 증가를 이룬다는 목표다.
수입은 4781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수출입을 합친 총 무역 규모는 1조520억 달러에 달해 3년 만에 1조 달러를 회복했다. 무역수지는 958억 달러다.
한국 수출은 지난해 11월 17일 역대 최단기간에 수출 5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일평균 수출액(21억3000만 달러)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 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대인 3.6%이며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 상승했다.
한국 수출의 견인차는 단연 반도체다.
반도체는 979억4000만 달러로 단일 품목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 9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1994년 우리나라 총수출보다 많은 것이다.
이 밖에 석유제품 31.7%, 석유화학 23.5%, 선박 23.6%, 철강 20.0%, 일반기계 10.2%, 컴퓨터 9.6%, 디스플레이 9.1%, 자동차 3.9% 등 13대 품목 중 9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MCP(복합구조칩 집적회로) 47.5%, SSD(차세대 저장장치) 45.6%,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34.4% 증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도 크게 늘었다.
다만, 섬유 -0.4%, 자동차부품 -9.5%, 가전 -22.5%, 무선통신기기 -25.5% 등 4개 품목은 판매 부진과 해외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줄었다.
중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으로의 수출이 증가한 가운데 특히 아세안과 인도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아세안·중남미·인도·독립국가연합(CIS) 등 '남북 교역축'을 구성하는 신흥시장 수출 증가로 중국(25.1%→24.8%)과 미국(13.4%→12.0%) 수출 비중이 감소하는 등 시장 다변화가 진전됐다고 밝혔다.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한 지역은 베트남 46.3%, CIS 33.8%, 인도 30.0%, 아세안 27.8%, 유럽연합(EU) 16.0%, 중국 14.2%, 중남미 10.5%, 일본 10.1% 등 8개다.
미국 수출은 3.2% 증가했지만, 무역흑자는 완성차 판매 부진에 따른 자동차, 자동차부품 수출 감소와 천연가스·반도체 장비 수입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22.7% 감소한 179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는 여러 가지 하방리스크로 인해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기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산업부는 "신흥국 중심의 세계 경기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원화 강세·고금리·유가 상승 등 '신 3고 현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수출이 증가하지만, 단가 하락과 수주잔량 감소로 선박, 철강, 가전 등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의 경우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올해 수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는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리스크가 많아 수출 전망이 불확실하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아세안과 인도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도 안정적 경제 성장세와 한중 관계 개선 등의 영향으로 수출 증가를 전망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 수출 물류 현장을 방문해 "수출 하방 리스크에 선제 대응, 수출 증가 추세가 견고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상반기 수출총력체제를 가동해 수출 4% 이상 증가를 목표로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