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과 갑질 근절이라는 큰 틀에서 내년 목표를 상·하반기로 나눠 성과 확대와 입법화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단기전략으로 법 개정보다, 자체적인 행정력을 통한 제도개선에 힘을 쏟았다. 이렇다 보니 김상조 위원장의 임기 1주년인 내년 6월까지는 자체적인 제도 개선의 성과를 찾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 말께 발표되는 하도급대책이 공정경제를 실현하는 공정위 성과창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상당부분이 하도급 거래에서 이뤄진다는 판단에서 하도급 대책은 갑질 근절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재벌개혁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자구책을 내놓으라는 김상조 위원장의 요구에 대기업의 반응이 엇갈리지만, 하도급 대책에서 자구책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로비스트 규정을 통해 부정청탁이나 현장 조사정보 사전 입수 등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공정위 내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외부의 편법시도가 막힐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내년 6월 이후부터는 김상조 위원장의 임기 2년차로 접어드는 만큼, 중기적인 정책 추진이 예상된다.
공정위의 행정력을 통한 제도개선이 단기 전략이었다면 중기는 실질적인 법률적·재정적 수단이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법 개정과 입법화를 통해 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조치를 추진하는 데 전념하기로 했다.
특히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달 공정위는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를 발표하며 공정위만 가능했던 가맹·유통·대리점법 위반행위 고발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경우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더 검토키로 했다.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법개정 여부에 따라 재계가 느끼는 체감도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중기전략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입법화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를 비롯해 일감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불법적·편법적 행위가 공정경제를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커지는 만큼, 최종적으로 대기업을 겨냥한 입법화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 경제전문가는 “재벌 저격수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임기 초기에는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질 않았지만, 재벌개혁 DNA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입법화를 이끌어내는 데 정치권의 도움이 절대적인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의 장악력이 확대될 경우, 공정위의 입법화에 대한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재벌 구조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