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으로 나라를 위해 뛰었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차붐’을 일으키며 한국 축구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어 지도자와 해설위원, 2017 피파 20세 월드컵 코리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수십 년 째 힘쓰고 있다. 축구와 함께 인생을 산 차범근에게는 영웅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는 29일 ‘2017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분데스리가의 전설’로 불리며 아시아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정하고 헌액식을 가졌다. 차범근 감독은 축구인으로는 최초로 스포츠 영웅에 헌액됐다.
지난해에도 스포츠영웅 후보에 올랐던 차범근 전 감독이지만 올해에는 상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차범근 전 감독은 “올해 축구계 사정이 좋지 못해 스포츠영웅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수상을 했다는 이메일을 받은 순간 나에게 책임을 묻는 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이 번쩍 났다. 60대 중반이라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국 축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영웅상은 차범근이 그동안 걸었던 길에 대한 상이다. “선수 시절 주연으로 살았다. 이제는 축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연으로 살고 싶다”는 철학을 실천하면서 산 차범근 감독이다. “어린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차범근 감독은 1988년 차범근 축구상을 제정했고, 1990년 차범근 축구 교실을 설립했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본부장, 이동국(전북),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과거 올해로 29회를 맞이한 차범근 축구상을 수상했다. 차범근이 뿌린 씨앗이 어느덧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기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시상식에 참석해 차범근 감독에게 축사를 전한 축구 꿈나무 이은규 군도 언젠가는 위의 선수들처럼 큰 선수가 될 것이다.
2017년 힘든 한 해를 보낸 한국 축구에는 격려를 보냈다. 어린 아이를 예로 들었다. 어린 아이도 잘 한다고 칭찬해줘야 기가 살아서 잘한다는 것이다.
30일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추첨 행사를 위해 모스크바로 출국하는 차범근 전 감독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잘했으면 하는 설렘을 갖고 떠난다. 떨린다”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칭찬 받지 못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다. 지난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공을 향해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전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뒀기 때문에 모든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격려했다. 영웅의 손은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