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국민연금공단 운영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최근 김성주 이사장(53·사진)이 취임하면서다. 이 자리는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국정농단 사태로 10개월간 비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자, 공단 전체로는 16번째 수장으로 발탁된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과 개혁성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를 비롯해 원내부대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다.
때문에 사회와 시장의 관심이 상당하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밑바닥으로 추락한 국민 신뢰를 단숨에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 이사장도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지난 7일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연금이 ‘국민이 주인인 연금’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국민적 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재정이 바닥나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국민연금이 처음 주어진 1988년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70%에 달했다. 연금만 받아도 은퇴 전 평균 소득의 70%가 채워진 것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여파로 1차 개혁이 단행된 1998년엔 60%로 떨어졌다. 재정 고갈을 막고자 2차 개혁을 시행한 2007년에는 50%로 또다시 조정됐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현재의 소득대체율은 45.5%에 머물고 있다. 2028년엔 이마저도 40%로 낮아진다.
이런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40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제도가 생긴 지 30년이고, 신규 수급자 가입 기간이 평균 16.8년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득대체율은 25~30%에 그친다. 국민연금이 본래 기능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재정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 600조원 수준인 국민연금 재정이 2060년에 고갈된다고 내다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에서 적립금이 2058년에 모두 바닥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김 이사장은 대체율을 높이는 데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19대 국회의원 시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해 최소한의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하게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 역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살아가야 하는데 예상 수령액이 78만원이어서 편안한 노후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며 “소득 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 혜택에서 소외된 국민이 수백만명에 이르는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용직 노동자나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단시간 근로자,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은 국민연금 가입이 쉽지 않고 가입했더라도 보험료를 낼 만한 소득이 충분하지 않다. 보험료를 내더라도 예상 수령액이 너무 적어 가입이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6.5%로 정규직 85.0%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공단은 이런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이 50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한다. 김 이사장은 “심각한 노후빈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임기 동안 이를 해소하는 데 나설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론 연금 가입 기간을 늘릴 출산·실업크레딧 확대와 두루누리 등 저소득층 가입 지원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