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해인 "멋모르고 찍은 '역모', 초심의 상징"

2017-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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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모'에서 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그야말로 ‘핫(Hot)’하다. 배우 정해인(29)은 올해 활약을 펼친 신인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였다.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한우탁과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 김호에 이르기까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하며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인기스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정해인은 묵묵하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온 배우다. 2014년 드라마 ‘백년의 신부’를 시작으로 ‘삼총사’, ‘블러드’ 영화 ‘레디액션 청춘’과 ‘장수상회’, ‘임금님의 사건수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들에게 꾸준히 자신을 소개해온 것.

오는 23일 개봉될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는 정해인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 될 것이다. 대중들에게 정해인의 다른 이면을 보여주었고 또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주인공이라는 무게감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드라마 종영·영화 개봉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배우 정해인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배우 정해인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역모'에서 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2년 만에 영화가 개봉했다
- 2년 반 만에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다. 놀랍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것들이 많이 눈에 띄더라. 여러모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데뷔 1년 차에 ‘역모’를 찍었는데 당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금 풋풋함을 잊어버린 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신인 배우에게 주연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 그야말로 기적이다.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김홍선 감독님께 감사드리는 이유다.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데뷔 1년 차 신인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김홍선 감독이 캐스팅에 관해서 이야기한 것이 있나?
- 직접 말씀 주신 건 없다. 기자간담회 때 슬쩍 말씀하시기를 ‘처음 만났을 때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더니 단단하고 철든 듯한 모습을 보았다’고 하시더라. 그런 점들을 좋게 보신 것 같다. 나중에 술자리가 생기면 여쭤보려고 한다.

김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였다
- 거칠고 망나니 같다. 하하하. 극 중 김호는 계급이 계속 바뀐다. 내금위 사정에서 1년 만에 9품 부사용으로 좌천되고 포졸까지 수직 좌천당한다. 신분이 하락하면서 계속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옷을 격식 있게 갖춰 입으면 행동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나. 그런 걸 참고해서 연기에도 다양한 변화를 줬다.

영화 '역모'에서 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극 중 만석(이원종 분)과는 많은 전사가 생략돼 있던데
- 만석은 김호가 사랑하던 여자 꽃분의 아버지다. 김호에게도 아버지 같은 존재다. 찍어놓은 촬영분은 없고 전사도 대사로 처리된다. 감독님께서 멜로를 빼고 담백하게 액션으로 가자고 하셔서 멜로로 이어질 만한 건 미리 차단했다.

영화에는 대사로만 처리되어 있지만, 배우들끼리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거 같은데
- 이원종 선배님과 많은 대화를 했다. 만석과 이야기를 많이 쌓아나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만석이 죽음을 맞을 때 너무 힘들었다. ‘더 이상 내 편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의지할 곳도 없고…. 배역에 집중하다 보니 만석이 죽을 때 너무도 괴로웠다.

정해인이 본 김호 캐릭터는 어떤가?
- 김호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이인좌(김지훈 분)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 싸운다. 신념과 신념이 대립하고 갈등구조가 생기는데 만석이 죽음을 맞았을 때 저는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에 산으로 떠났다고 본다. 우리 영화는 악역과 선역이 따로 없다. 다 이해가 간다. 예컨대 김호는 역모를 막았지만 이인좌 입장에서는 김호가 악역이지 않겠나. 대의를 막는 자이니.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악인은 없고 명분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 연기를 할 땐 ‘이인좌가 악역이다’ 생각하고 찍었다. 하하하. 철저히 김호의 입장에서 연기해야 하지 않겠나. 영화를 볼 때 이인좌에게 동정심이 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거다. 관객들 역시 이인좌를 보며 연민과 동정심이 생긴다면 저와 비슷하게 보신 것 아닐까?

액션 연기와 감정 연기를 병행해야 했는데
- 솔직히 말하면 그런 부담감은 없었다. 멋모르고 갔으니까. 하지만 주인공이라는 부담감은 있었다. 선배들에게 폐가 되는 건 아닐까 항상 걱정했다. 연기가 어색하고 투박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붓고자 했다.

영화 '역모'에서 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영화를 한달 만에 찍었던데. 촬영 기간이 짧아 힘들지는 않았나?
- 진짜 힘들었다. 거의 밤을 새워가며 찍었다. 저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이들이 초인적 힘을 발휘했다.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액션신이 많았는데. 무술 디자인을 어떻게 짰나?
- 처음에는 정검을 쓰고 나중에는 역검을 쓴다. 찌르고 복수하는 의미에서였다. 보통 액션 영화는 미리 찍을 것을 숙지하고 슛을 들어가는데 저는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합을 짰다. 한 시간 동안 외우고 투입된 거다. 그런 게 힘들었다.

미리 합을 맞추지 않으면 부상당할 위험도 있는데
-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손이 찢어졌는데 시간이 없어서 꿰매지도 못했다. (손의 상처를 보여주며) 초심의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야지.

이번 작품으로 액션에 자신감이 붙었을 것 같은데. 다음에도 액션 영화가 들어온다면 할 의향이 있나?
- 무조건! 액션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면 꼭 해야지. 어떤 부분에서 힘을 주고 빼야 하는지 알게 됐다. 다음 작품이 ‘임금님의 사건수첩’이었는데 거기에서는 보완 했다. 다음에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

영화 '역모'에서 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역모’를 찍을 당시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그때와 비교해서 현재를 본다면?
-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예전에는 매뉴얼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이제는 어떤 매뉴얼이 생겨서 집중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장 스태프들과 잘 지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유대를 가지고 함께 협업해야 한다. 연기는 사람 간에 벌어지는 예술이니까.

지금이 전성기라고 볼 수도 있는데. 체감하는지?
- 잘 모르겠다. 체감이 잘 안 된다. 그냥 개인 SNS에 팔로워가 갑자기 늘어난 것? 소수정예 팬카페가 있었는데 회원수가 늘었다는 정도다. 아직 신기하고 얼떨떨하다. ‘역모’ 무대인사를 다니면 느껴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흥부’ 개봉까지 앞뒀는데. 쉬고 싶지는 않나?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하하하. 사실 3개월 전쯤 ‘당잠사’ 이종석, 신재하와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 여행이 정말 큰 위로였다. 힘을 때마다 사진을 보면 힘이 난다. 그게 제 원동력 같다.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다녀왔으니 당분간은 힘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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