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막을 내린 '지스타 2017'을 통해 'e스포츠'가 국내 게임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했다.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다양한 e스포츠 대회로 지스타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이를 관리하고 육성하기 위한 'e스포츠협회(KeSPA)'는 때 아닌 풍파를 맞고 있다. 협회 고위 인사들의 횡령·배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해체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롯데홈쇼핑이 전 전 수석이 지난 2015년 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불법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전 전 수석은 18대, 19대 국회의원 시절 민주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을 거쳐 문재인 캠프 전략본부장까지 맡은 인물이다. 특히 2013년부터 e스포츠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을 위한 입법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공로로 '게임업계 대부'라는 호평까지 얻었다. 루리웹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 게임 산업을 보호하는 의정을 펼치겠다고 약속하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갓병헌', '루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기존 회장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업계에 높은 인지도를 쌓았던 전 전 수석이 비리에 휘말리면서 협회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윤 모씨 등 측근과 e스포츠협회 사무총장 조 모 씨 등은 롯데홈쇼핑의 후원금 중 1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협회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상황이다. 전 전 수석 역시 지난 16일자로 사의를 표명했으며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 전 수석은 검찰 수사에 앞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으로부터 '확률형 아이템 4대 농단 세력'으로 지목 당한 바 있다. 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게임업계 농단 세력으로 전 전 수석의 비서관이었던 윤 모씨를 거론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과적으로 윤 전 비서관이 롯데홈쇼핑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e스포츠협회의 비리가 속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협회의 고위층이 억대의 자금을 수수하고, 이를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력형 비리로 얼룩진 e스포츠협회를 해체시켜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협회는 협회장 선임은 물론, 모든 공식적인 행사를 올스톱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양파 껍질처럼 까면 깔수록 e스포츠협회의 부정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동력이 상실된 협회가 재가동하기 위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