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검찰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소환해 군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공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김 전 정관은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때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에 여당을 지지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 공작을 지시해 군의 정치개입을 금지한 군 형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사이버사 군무원을 추가 채용하면서 특정 지역출신을 배제하라고 명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런 김 전 장관 윗선에 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사이버사령부 관련 BH협조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댓글공작을 위한 군무원 증편은 대통령이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건은 2012년 3월 국방부가 작성했고, 김 전 장관이 서명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시로 군무원을 늘렸고, 군무원들이 정치댓글을 달아 군 형법을 위반하게 했다는 혐의가 성립된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의 눈은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도 향하고 있다. 이 전 수석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별보좌관 등을 지낸 인물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수석 소환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징역 4년형을 받고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불법 선거운동 및 정치관여 활동 등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검찰은 국정원이 문화예술계 인사 82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퇴출 및 압박 공작을 벌인 의혹,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동원해 다스가 김경준씨 측으로부터 BBK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도록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소환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직접 댓글을 지시한 정황이나 관련 진술이 추가로 밝혀지지 않는 이상 대통령 직접 수사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도 강경하다. 그는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도 "다만 전 정부를 부당한 적폐로 몰고 간다면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정면 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