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획-超갈등사회 고리를 풀자] “교육 본연에 집중해야 갈등 해소”

2017-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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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광장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를 마친 뒤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 갈등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 정치적인 입장에 따른 주장보다는 본연의 문제에 집중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은 바람 잘 날 없이 갈등과 대결이 난무하고 있는 분야다.
전 정부에서만 보더라도 갈등 현안들이 끊이지 않고 나타났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후 보수적이었던 중앙 정부와 교육감 사이의 대립이 극에 달하면서 교육계는 한층 혼란스러워졌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경우 2014년 6월 당선되자마자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의 평가 기준을 변경하면서 논란을 키우기 시작했다.

운영성과평가를 통해 자사고 중 8곳의 기준점수 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해당 학교와 교육감 사이의 대립이 격화됐다.

결국 두 개 학교는 지정취소가 유예되고 6개 학교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했지만 교육부는 이를 반려했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 논란은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외국어고등학교 한 곳과 국제중 한 곳, 자사고 4곳이 기준 점수 미달이라는 결과가 나온 가운데 우여곡절 끝에 자진전환을 시도한 한 개 학교를 제외한 자사고 3곳이 모두 지정취소 2년 유예 처분을 받았다.

논란이 컸던 2015년 여름 해당 학교 학부모 등이 교육청에 몰려와 땡볕에 시위를 벌이는 나날이 이어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교육계를 시끄럽게 했다.

역사학계의 학자들이 대부분 반대에 나선 가운데 대표 집필진으로 공개된 원로 교수가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정부가 안정적인 집필을 위한다며 애초에 약속했던 집필진과 집필기준에 대한 공개를 하지 않은 가운데 밀실 집필 논란도 불거졌다.

누리과정 역시 지난 정부에서 교육계를 시끄럽게 했다.

진보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보통교부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초·중등교육을 위축시킨다며 별도 지원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어린이집 예산 등을 편성하지 않은 채 버텼다.

정치권에서 국고 일부 지원을 결정했지만 나머지 예산은 결국 교육청들이 부모들의 애를 태우다 막판에야 집행하는 사례가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불법화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헌법재판소에서 노동부의 전교조 노조아님 결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리자, 후속 조치를 놓고 교육청의 지원을 주장하는 교육부와 미적거리는 교육청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결국에는 교육감들이 법에 따라 전임자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놓고 교육부는 일부 교육감들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상황까지 갔다.

전교조의 노조아님 결정에 반발하는 연가투쟁 개최를 교육부가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참가 교원들에 대한 징계 처분도 내려졌다.

새 정부 들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누리과정 예산 국고지원, 전교조 합법화 등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면서 정책 운영 기조는 180도 바뀌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한 가운데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검정 교과서 체제로 가기로 했고, 자사고와 특목고는 2019학년도부터 일반고와 동시에 전형을 실시하게 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내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했으며 전교조 합법화도 추진할 태세다.

교육 정책에 변화가 있었지만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자사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확대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전교조는 정부가 합법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24일 연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문의 갈등을 풀려면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본연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이해관계가 갈려 교육 부분의 갈등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합리적인 대안을 가지고 절충하는 문화가 있으면 해결이 어렵지 않지만 민주적으로 다뤄본 경험이 없어 어려운 듯하다”며 “교육이 이념이나 정권에 의해 흔들리고 초지일관하지 못한 면이 많은데 교육의 본연을 지키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피상적으로 교육에 접근하기 때문에 갈등 해결이 어렵기도 하다”며 “정치적으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안목이 높아지고 성숙해지면 대안이 많이 나오고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국가교육회의를 구성, 의견수렴을 통해 중장기 교육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재영 이화여대 교수는 “국가교육회의가 어떻게 구성될지 모르지만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영향을 받는데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 이하로 규정돼 있어 쉽게 고칠 수 있는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인 제도를 법률로 정하도로 한 뒤 여야 합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강태중 교수는 “국가교육회의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고 편향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립이 지속되면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교육 부문을 전문적으로 해결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성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섬세하고 신중한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교육 정책에서 찬성과 반대가 맞서면서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교육이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교육문제는 굉장히 섬세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안나 이화여대 교수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육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혼란스럽지 않고 현장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정책이 잘됐다 잘못됐다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영향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중 교수는 “문제는 따로 있는데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 문제만 해도 핵심 결정 요소는 경쟁이 심하다는 것인데 경쟁 자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절대평가니 상대평가니 평가방식을 가지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며 “경쟁 약화가 어렵다면 인정을 하고 바람직한 경쟁이 되도록 하는 것이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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