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주년이 됐나 싶어요. 사실 기념일 같은 걸 잘 챙기는 편은 아니거든요. 생일도 의미가 없어서…. 10주년에 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팬들이 챙겨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거예요. 참 신기해요. 짧은 시간은 아닌데 그동안 꾸준히 일을 해왔다는 게요.”
홍종현은 2007년 패션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영화 ‘연인들’, 드라마 ‘맨땅에 헤딩’으로 연기를 시작해 ‘쌍화점’, ‘화이트 크리스마스’, ‘정글피쉬2’, ‘위험한 상견례2’, 최근작인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왕은 사랑한다’ 등 차근차근 조연에서 주연으로 자리 잡아 왔다.
“기대 이상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10주년을 맞아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해준 말은 ‘10년 동안 (연기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이었어요. 팬들이 이런 이야길 해주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요. 당연히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지거든요. 마음가짐이 달라져요.”
데뷔 10주년을 돌아보며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온 것이 대견하다”고 자평하는 홍종현. 그에게 긴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순간을 물었다.
“가장 기분 좋았던 건 팬들을 만난 거예요. 이렇게 살면서 좋은 관심을 받는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처음에는 ‘이런 관심을 받아도 되나?’ 싶었어요. 그만큼 크고 깊게 느껴졌던 거예요. 힘들었던 건 연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어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힘들기도 하고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잘 하는 건가?’ 하는 걱정할 때도 많았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지난 10년 많은 고민과 걱정을 안아왔을 홍종현에게 “고비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에너지를 쏟는 거예요. 하하하. 제가 입이 무거운 편이거든요. 나쁘게 말하면 고민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아요.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혼자 해결하는 습관이나 버릇이 있어서 이야기를 잘 못 하겠더라고요. 고쳐야지 하면서도 계속 그래요. 그러다 보니 혼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을 만한 걸 찾게 되더라고요. 운동이나 뭘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해요.”
팬들은 홍종현을 두고 ‘서브 병 유발자’라는 재밌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주인공이 아닌 서브 캐릭터에 반하게 되었다는 뜻의 유행어로 최근 홍종현이 연기한 인물들과 관련이 깊었다. 비극적 결말을 알면서도 그 인물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팬들의 한이 서린 별명이기도 했다.
“사실 이전에는 서브 캐릭터 제안이 많지 않았어요. 냉소적인 느낌의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죠. 대개 서브 캐릭터들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도와주고 감수하는 느낌이니까.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찍게 되었는데 저랑도 잘 맞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냉소적인 감정의 연기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도 좋지만 남자 주인공 역시 욕심이 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은 질문에 홍종현은 솔직히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욕심은 있지만 급하게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 당장 누군가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도 고민은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부족한 게 뭔지 알거든요. (감독이나 작가가) 도와주신다면 믿고 따라갈 순 있지만 ‘이다음 작품은 무조건 주연을 할 거야!’고 고집부리지는 않아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홍종현 개인에게도 특별한 시기다. 20대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저의 20대를 돌아보자면 ‘잘 걸어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쉬운 점도 있죠. 하지만 언제나 신중하게 결정했으니까 후회는 없어요. 이제 20대를 정리하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발판을 마련하고 싶어요. 30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에요. 저는 연기를 40대까지는 하고 싶거든요. 제가 어릴 때부터 해온 계획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가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홍종현에게 창간 10주년을 맞은 아주경제에 메시지를 부탁했다. “제가 데뷔할 때 만들어진 회사네요”라고 말문을 여는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났다.
“10년 동안 고생 참 고생이 많으셨어요. 함께 시작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우리 같이, 열심히 20년, 30년도 맞았으면 좋겠어요. 그때도 20주년, 30주년 인터뷰해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