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을 논의한 결과 예보를 대표하는 비상임 이사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직 안정화와 독립적인 경영을 위해 우리은행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임원이 은행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예보 소속 비상임이사가 참여하지 않는 기존 임추위 구성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자율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시장과 고객, 주주에게 정부와 은행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보유 지분 기준으로는 정부가 가장 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예보는 아직 우리은행 지분 18.5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남아 있어도 우리은행은 큰 틀에서 '완전 민영화'라는 궁극적 목표가 있는 만큼 민간 금융회사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한 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각종 외압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후임으로는 내부 승진을 통해 자율 경영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독립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내부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손태승(글로벌그룹 부행장) 우리은행장 대행이 꼽히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우리은행의 실질적 은행장 업무를 이양받은 손 대행은 우리은행 전략기획부장, 관악동작영업본부장, 우리금융지주 상무(민영화 담당)를 역임하는 등 전략과 영업을 두루 거쳤다.
특히, 낙하산 인사 등 외부수혈을 반대하고 있는 우리은행 노조와도 큰 마찰없이 경영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건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도 이순우 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역임한 이후 차기 행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다. 실제 이 전 부행장은 지난 행장 선출 당시 이광구 행장과 경합을 벌인 바 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은 올해 초 우리은행장 공모 당시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김병효 전 우리PE 사장 등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금융계 전반의 넓은 인맥과 업무추진력, 조직 장악력을 갖췄고 광주은행장 재임 당시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원활한 업무 수행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가까운 시일 내에 임추위를 개최해 은행장 후보자 자격요건 선정 등 후임 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를 진행한다. 연내 신임 행장을 선임하려면 늦어도 이달 14일까지는 임추위 구성을 마치고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