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성 LG생활건강 노조 기획국장은 "사측과 협상은 19차례 진행됐지만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차기 교섭 날짜도 주지 않고 추후 통보하겠다며 손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공장과 면세점 직원들로 구성된 LG생활건강 노조는 지난 9월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이유는 임금인상률. 사측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기본급 평균 임금인상률을 5.25%(호봉승급분 2.1% 포함)로 결정했다. 올해 성과급은 작년(500%) 보다 적은 4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5.25% 중 자동 호봉승급분이 2.1%이며 제도개선분이 2.15%라서 실제로 임금 인상률은 1%라는게 노조 측 주장이다. 제도개선분(2.15%)은 협상 타결 이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정작 2월 말까지 4개월만 적용된다. 또한 사측은 상여금을 매월 50%씩 지급했으나 당사자 동의없이 역량급으로 바꿔 39%만을 지급했다.
노조는 실적이 전년보다 크게 개선됐는데도 임금인상률과 성과금을 줄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임금인상률 13.8%(호봉승급분 2.1% 포함)를 제시했다. 노조 측은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요구는 11.7%다"고 전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3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조 608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3.5%, 5.8% 증가한 2527억원, 18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2005년 이후 12년간 성장하면서 부채비율도 56.1%로 꾸준히 줄었다.
청주공장 소속의 한 조합원은 "올해 경영성과가 더 났는데 성과금을 줄이는 회사 논리에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1년차 기본급 103만원, 10년차 130만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요구하는 인상률이 높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관계자는 "물가 등 경제환경을 고려해 임금인상률을 책정했으며 5.25%도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수치"라며 "노조에서 요구하는 인상률과 차이가 크다보니 교섭이 쉽진 않을 뿐 곧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대체인력 투입에도 핵심설비 청주공장 운영 차질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내세워 조합원들에게 한푼도 주지 않고 있다. 또한 비근무일 31일 초과시 내년 1호봉 자동 삭감이란 내규 조항 때문에 조합원 10% 가량이 회사에 복귀한 상태다. 1호봉 삭감되면 호봉승급분은 2.1%에서 1.05%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은 제1 공장인 청주공장을 운영하는데 차질을 빚고 있다. 청주공장 직원 505명 가운데 조합원이 380명이기 때문에 대체인력을 투입한다해도 생산물량을 맞추기 쉽지 않다. 사측은 대체인력 등을 통해 청주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전했으나 30~40%만이 겨우 운영되고 있다는 노조 측 주장에 힘이 실린다. 청주공장은 LG생활건강의 주요 화장품(후, 오휘, 숨, 빌리프)과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올해 상반기 생산실적은 1조 5000여억원으로 전체 생산 규모의 절반을 넘는다.
노조 측은 사측이 대체인력을 긴급하게 채용하거나 협력업체 인력을 투입한 점에 대해 고소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협상을 하려는 직원들은 찬 바닥에 앉혀놓고 대체인력으로 때우려는게 말이 안된다"며 "파업에 들어간 이후에는 노조원들의 복리후생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사측은 공장운영과 관련, "파업한 후 대체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비조합원과 사무직을 주요 품목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