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 신경제중심지 조성으로 음악, 게임 등 문화 관련 기업 약 300곳이 늘어나고 새로운 일자리는 1만3000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핵심은 민간투자 유치로 창동역 인근에 2만석 규모의 아레나를 건립하는 것이고, 2021년 완공 목표로 현재 기획재정부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적격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은 지난 3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관내 변화의 바람이 매우 거세다고 피력했다. 도봉구는 서울 외곽에 위치해 대표적 베드타운으로 불린다. 일자리는 물론이고 문화 인프라도 매우 취약한 도시다. 고용률은 17.1%, 서울시 평균(43.9%)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구청장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 주민들이 원하는 공공개발, 도시에 활력소로
도봉구는 마중물 사업으로 컨테이너 61개로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플랫폼 창동 61'을 작년 4월에 개관,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이 열리도록 하고 있다. 또 아레나를 중심으로 창업문화산업단지, 50세 전후 은퇴 세대의 취업을 지원할 '50+캠퍼스', 로봇과학관, 사진미술관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운영된다.
사진미술관은 창동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푸드뱅크(마들로13길 70) 내에 자리하게 된다. 전시실, 실습실, 특수자료실, 주민편의공간 등으로 채워진다. 우리나라 근현대 사진·영상예술 전문미술관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이 옆으로 로봇과학관이 들어선다. 첨단 로봇기술을 시연하고 체험할 수 있다. 약 400억원을 들여 도래할 미래 세상을 상상하고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관계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관내에 사진미술관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로봇과학관을 지어 동북권 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며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 2015년에 건립부지를 확정했고 2021년 개관이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봉구는 최근 도봉동 성균관대 야구장 개발로 이목을 끌었다. 향후 최고 36층 높이의 업무·주거·상업 복합단지가 들어서는 밑그림이 나왔다. 이외에 문화체육센터와 공원은 물론 청년창업지원·문화예술교육센터 등도 둥지를 틀게 된다. 그야말로 주거‧업무‧판매 기능을 한데 도입하는 복합적 방식이다.
이곳은 2003년 야구장이 수원캠퍼스로 옮겨간 이후 나대지로 방치돼 있다. 구는 2009년부터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로 종합병원을 들여오고자 했다. 자연녹지가 준주거 용도로 바뀌면 1200억여원의 이익이 나 지역사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정부에 종합병원이 마련돼 이 일정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동진 구청장은 "시간이 흘러 올해 4월 성균관대가 서울시에 사전협상 제안서를 내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면서 "서울시의 협상조정협의회를 통해 내용 조정 뒤 도시계획변경이 결정되면 2019년 중 착공할 것이다. 주민들과 이 문제에 관한 토론을 거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 도시재생으로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 탈바꿈
방학천은 관내의 대표적 유흥업소 밀집지였다. 생태하천으로 복원돼 주민들의 이용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유흥업소에 대한 민원도 증가했다.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게 그 이유였다. 이에 민·관·학·경이 함께하는 '유흥음식점 이용 근절 캠페인'을 2016년 4월부터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들 업소는 당초 31개소에서 1개소로 줄었고, 남은 1개소 역시 이달 중순 문을 닫는다.
이 구청장은 "1년6개월 전 단속 TF팀이 꾸려졌고 그해 8월 전담팀을 신설해 도봉경찰서, 북부교육지원청,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과 야간 합동점검에 나섰다"면서 "단속 위주가 아니라 건물주 및 영업주와의 지속적인 대화, 설득으로 유해업소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고 그간의 상황을 설명했다.
전업을 희망하는 영업주는 구 일자리경제과에서 추진 중인 창업교육, 창업자금을 신청토록 안내했다. 구직을 원하면 일자리센터에서 직업훈련이 가능토록 연계시켰다. 폐업한 곳에는 건전업소 6개소(매장·창고·택배회사)가 입점했고, 다른 6개소는 SH공사가 매입해 임대주택 신축을 진행한다. 나머지 17개소는 구가 사들여 한글문화거리 조성에 힘을 보탠다.
유흥업소가 빠진 건물을 빌려 주민커뮤니티 공간 '방학생활'과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한글문화거리 사업의 취지는 방학천 거리 활성화다. 한글 창제에 기여한 세종의 딸 '정의공주 묘', 훈민정음 해례본을 소장했던 문화재 수집가 간송 '전형필 가옥' 등 한글과 관련된 방학천 주변 문화자원을 모티브로 한다.
예산 4억여원을 확보해 5개 건물 15개소(방학생활 포함)의 임대차 계약을 마쳤고, 새단장을 거쳐 입주작가 2곳이 이미 입주한 상태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1500만원 안팎의 리모델링 비용, 500여만원의 물품 구매비, 6개월간 임차료를 입주면적에 따라 지원한다. 8~9월 2차로 7명을 추가 모집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방학천 경관 개선으로 하천도로에는 화강석 모양의 블럭 등이 씌워졌고, 주변 벽에는 트릭아트를 활용한 벽화를 입히려 한다"며 "방학생활 앞 인도교는 폭 12m 데크를 갖춰 공연을 여는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일대 건물의 입면부와 도로 시설물은 한글문화거리에 맞게 디자인을 개선하고 야간조명을 설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도봉형 마을방과후활동'은 교육부와 다른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모으는 제도다. 전국 최초로 방과후학교의 비교과 과정을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교육 지원 제도다. 지난 2월 마을방과후활동 운영센터의 문을 열었고, 보름 뒤 북부교육지원청과 관내 5개 학교(서울도봉초·서울방학초·서울신방학초·월천초·방학중)와 시범운영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 학교마다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시범학교 간 교차 수강신청이 가능해, 학생의 교육체험 기회가 한층 확대돼 만족도는 매우 높다. 아울러 교사의 업무부담은 확연히 줄어 학교로부터 반응도 좋다. 앞서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담당자를 비롯해 지자체, 지방의회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런 큰 호응에도 불구하고 이 구청장은 제도적 한계를 토로한다. 구청의 방과후학교는 현행 세법상 수강료에 대한 교육비 세액공제가 어렵고, 만일의 안전사고를 대비해 가입하는 학교안전공제회 보험적용이 제한된다. 그는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서둘러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 개선을 교육당국에 요청했다. 내년엔 15개 학교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도봉구는 2011년 '서울특별시 도봉구 주민참여 기본조례'를 제정해 많은 주민들을 행정의 파트너로 전면에 등장시켰다. 이제 마을계획단 확대, 마을방송국 등 더욱 다채로운 사업을 협치로 진행하고 있다. 2016년 12월 29일엔 '도봉구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를 만들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2017년 4월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지역사회혁신계획(본계획)'을 수립해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 구청장은 "민·관이 합의해 내놓은 지역사회 과제와 과제 달성을 위한 3개년 계획이 '협치도봉구회의'에서 추진 중"이라며 "이달 말 '협치도봉 선포식'을 열어 공감대를 대외적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교,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제5대 서울시의회 의원(1998~2002년) △국회의원 김근태 보좌관(2003~2004년) △민주당 부대변인(2010년) △민선5·6기 서울시 도봉구청장(2010년 7월~) △동북4구 발전협의회 초대의장(2012년) △저서: 참여로 투명하게 복지로 행복하게(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