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서비스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수준이 선진국보다 4년 뒤처져 신속한 대응이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 선진국 100 가정 시 국내기업 81점 불과
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인공지능(AI) 등이 융합되며 제조업의 생산·소비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의 ‘한국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기업과 비교한 국내 제조업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수준은 81점에 그쳤다.
이는 선진 기업을 100점으로 가정해 국내 기업의 대응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선진 기업과의 격차가 1년일 경우 5점으로 환산했다. 대략 4년 정도 뒤처진 셈이다.
제조·공정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90점을 받아 격차가 2년에 불과했지만, 디자인(73점)과 브랜드 구축(75점) 등 분야에서는 5년 이상 벌어졌다.
제조·공정 분야의 경우,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제조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이 활발하게 적용된 영향이 컸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공정자동화가 상당부분 진행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공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조정·제어하는 지능성과 이를 통합하는 플랫폼 완성도 측면은 선진국 기업과 격차가 벌어졌다.
산업군별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IT(정보기술) 제품·부품 분야에서는 격차가 없거나 1~2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산업과 소재 산업군에서는 격차가 최대 6년에 달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경쟁 원천은 제조·조립에서 소프트웨어·플랫폼 구축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며 “기존의 제조업과 산업정책에 대한 고정관념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건변화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4차산업혁명위 출범··· “2030년까지 460조원 경제효과”
그나마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육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걸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강조해 왔다. 정부의 효율적인 대응을 통해 신성장 산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지난 11일 4차 산업혁명위가 출범식을 갖고, 문 대통령 주재로 1차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날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통해 2030년 최대 460조원의 경제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분야별로 2030년 기준으로 의료 60조∼100조원, 제조업 50조∼90조원, 금융 25조∼50조원, 유통 10조∼30조원, 산업·기타 40조∼80조원, 교통 15조∼35조원, 도시 15조∼35조원, 주거 10조∼15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다만 이는 신규매출 증대, 비용 절감, 소비자 후생 증가 등에 따른 효과를 돈으로 환산한 것이며, 국내총생산(GDP) 수치에 이런 환산 액수가 직접 추가된다는 뜻은 아니다.
정부는 신규 일자리에 대해 소프트웨어엔지니어, 데이터과학자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약 80만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구조 전망에 대해서는 위험 직무, 단순 반복업무는 자동화 가능성이 있지만, 창의성이나 고도의 기술력 등이 요구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4차산업위는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하는 산업·경제, 사회·제도, 과학·기술 전 분야의 변화에 맞춰 각 분야가 긴밀히 연계된 종합 정책을 통해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산업·경제 분야에서는 모든 산업 분야를 '지능화 기술'과 전면적으로 융합해 경쟁력을 높이고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키로 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는 사람에게 도움이 돼야 하며, 기술·산업 혁신과 사회정책 혁신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