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이하 하얼빈 오케스트라)가 한국 전통악기인 장구에 맞춰 '아리랑'을 연주하자 관객석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흥이 난 관객들은 장구 장단에 맞춰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 21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하얼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한·중간 문화교류가 경색된 와중에도 이처럼 열기가 뜨거웠다.
1부 공연을 마친 위쉐펑 지휘자와 양성원 피아니스트와 포옹을 나누는 모습, 그리고 앵콜공연에서 '아리랑' 가락에 맞춰 관객들이 박수치는 모습은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관객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한마음으로 양국관계 회복의 염원을 담아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했다.
하얼빈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와 함께 클래식 음악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명곡들을 연주했다. 1부 공연은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다장조 Op.43'와 '피아노 협주곡 3번 다단조 Op.37'로 채워졌다. 이어진 2부 공연에서는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 '백조의 호수 모음곡 Op.20 1, 2, 3, 4, 5', '1812년 서곡 Op.49'를 선보였다.
이어진 앵콜공연에서는 '아리랑' 이외에 ‘베이징희소식변경까지(北京喜訊到邊寨 이하 희소식)’도 선보였다. ‘희소식’은 중국 문화대혁명 기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4인방'의 몰락을 말한다. 경쾌하고 박진감 넘치는 음악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서울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인 이모씨(27·여)는 “(오늘 무대는)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비록 양국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이러한 민간차원의 문화교류가 계속 확대되어 양국관계가 다시 정상화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위쉐펑 지휘자는 공연 후 기자와 만나 “음악은 국제 통용 언어다. 하얼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중국을 대표해 한국에 왔고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을 마칠 수 있어 기뻤다. 우리는 음악사절단으로서 소통의 매개체 역할과 책임을 표현했다. 양국의 문화, 정치가 음악처럼 아름답게 지속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 다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양국관계가 원만하게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밝혔다.
109년 역사를 지닌 하얼빈 오케스트라는 상하이필하모닉, 차이나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중국 대표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1908년 4월 설립된 ‘하얼빈동청철로관리국오케스트라’가 전신으로, 과거 1920~30년대에 동아시아 최고 오케스트라로 전성기를 누렸다.
현재 하얼빈 오케스트라는 중국 헤이룽장성을 대표하는 80여명의 연주자로 구성돼 있다. 특히 위쉐펑 지휘자는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리신차오(李心草)와 탕무하이(湯沐海)의 명맥을 잇는 중국 차세대 지휘자로 주목받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