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칼럼] 대북정책, ‘내부분열 유도’의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

2017-10-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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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7일 평양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9월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는 9월 12일 전례가 없는 강력한 ‘제2375호’ 대북제재를 신속하게 통과시켰다. 매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중국마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따라, 북한 정권은 이전과는 다른 체제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강경한 대북제재 참여와 긴장한 북한 정권
지난 9월 28일, 중국 상무부는 유래없던 대북제재 실천안을 공고했다. “안보리 제2375호 대북제재 결의가 통과된 9월 12일로부터 120일이 되는 2018년 1월 9일까지 중국 내 모든 북·중 합자·합작·외자기업 등의 북한관련 기업 폐쇄”를 공개적으로 지시했다.

다음날, 중국은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상무부의 공고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상무부의 대북제재 공고안을 통해 미국에게 대북제재 참여의지를 보였고 북한에게는 북한 사업자의 중국인 명의 변경이나 사업장 매도 등과 같은 간접경영이나 청산의 시간을 다소나마 제공한 셈이다.

북한이 10월 7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정책 관철’과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이 전례 없는 강력한 대북제재의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라는 분석에 필자는 동의한다.

10월 10일, 북한이 72회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하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북한정권은 중국마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번 제2375호 대북제재 결의안에 분명 긴장하고 있다. 10월 18일 중국의 제19차 당 대회 전후,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것도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경한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을 미워하는 북한 주민들

유엔 안보리 ‘제2375호’ 결의에 따라 △ 북중무역 제재 및 금지 △ 해외 근로자 파견 제재 및 신규파견 중단 △ 북한 관광사업 중단 △ 북한 장마당 물가 상승 △ 2017년 1월 9일까지 모든 북중 합작회사 폐쇄명령 등과 같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대북제재 조치가 북한에게 직접적이고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는 북한 주민들이 중국을 미워하고 반중 감정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해외 근로자가 계속해서 귀국하고, 특히 자원 위주의 대 중국 수출이 막히고,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중단되는 것은 북한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90%의 무역 의존도를 가졌던 중국의 강경한 대북 경제제재로 인해 북한이 받는 고통은 그만큼 심각하다.

따라서 개인의 직업선택과 임금은 물론, 수출입과 경제활동 등 북한경제의 모든 부문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북한당국이 이번 유엔의 전례 없는 대북제재에 묘안을 내지 못한다면 북한은 심각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대북제재 강화를 바라는 북한 주민들

보도에 따르면, 유엔의 대북제재로 판로가 막힌 북한산 석탄이 탄광지역에 쌓여가고 있고, 장마당 석탄가격도 큰 폭으로 내려가 북한 주민들은 올해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대북제재로 북한주민이 수혜자가 되었고, 특히 장마당 물가 하락과 생필품이 장마당에 풍요롭게 제공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대북제재 강화를 오히려 반긴다는 소식이 이채롭다.

수익이 확실히 보장되던 북한 무연탄의 중국 수출은 북한의 중앙기관, 군부, 국가보위부의 독점 수출품목이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면서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일반 무역업체에게도 무연탄 수출권이 허가되었다고 한다. 강화되는 대북제재로 독점기관들이 외화벌이의 할당량과 기관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서 허가권을 일반업체에게 판매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북한의 무연탄 가격은 올 초까지 t당 90달러였으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50달러까지 떨어지다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최근에는 20달러에서 17달러까지 폭락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8월 중국의 북한 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북한 인민들이 평소 보기도 어려웠던 연어, 송어, 가자미와 같은 고급 어종까지 장마당에 나와 싼값에 거래돼 오랜만에 물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는 보도도 있다.

평소 중국 수출을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판매 금지됐던 품목의 수출이 중단이 되면, 폭락한 싼 가격으로 이런 품목을 북한 장마당에서 구매할 수 있고 이에 북한 주민들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오히려 반기는 실정이라는 보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북정책,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약 50개 국가, 특히 중국·러시아에 5만~6만명의 북한 노동자가 파견돼 연 5억 달러(약 5732억5000만원)의 외화를 김정은 정권에 바치는 것으로 한국·미국 정보기관이 추산했다”고 한다. 체제 유지를 위해 달러 벌이의 수단으로 파견되었던 해외 근로자의 해외 체류 경험이 대북제재로 인해 귀국한 이후, 북한 내부의 생활과 비교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체제 유지에 도전이 될 수 있다.

북한 경제의 당면한 어려움이 중국의 대북제재 탓이라는 북한 당국의 선전이 당분간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반(反)중 감정 표출로 관리되겠지만, 중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될 수록 생존 위협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내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이 또한 북한 당국의 체제 유지에 도전이 될 수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가 북한 당국은 물론, 전반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어렵게 했다. 그러나 무연탄과 같은 품목은 중국 수출 중단으로 가격 폭락과 장마당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보도는 아이러니하다. 이 역시 북한 당국의 체제 유지에 도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제재’의 두 가지 틀에서 출범 초기에는 ‘대화’에 더 비중을 두는 대북정책을 펼치려 하였으나,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제재’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현실적 고민에 처해 있다.

그러나 ‘대화’와 ‘제재’의 비용은 모두 엄청나고, 결과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대북정책 수립에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북한 당국의 체제 관리는 분명 여러 측면에서 내부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 당국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대북정책 개발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를테면, 북한 당국이 체제유지를 위해 진행했던 ‘외화벌이’가 북한 체제 도전의 선봉에 설 수 있는 부메랑 요소들은 무엇일까? 북한 주민의 '인내’가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북한 체제에 ‘내부분열’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화’와 ‘제재’의 병행과 동시에 ‘제3의 시도’가 필요하다. ‘내부 분열 유도’, 즉 ‘북한 체제 내부의 도전’과 ‘북한 사회의 체제에 대한 도전’을 이끌어 내는 대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학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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