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는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이하 ‘오픈 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오픈 토크에는 배우 이제훈이 참석,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다음은 이제훈과의 일문일답이다.
-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개봉 후 열심히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근 1년 간 쉴 새 없이 달렸는데 얼마 전 추석에 정말 푹 쉬었다.
- 2012년도 영화의전당을 오픈했을 때 제가 개막식 사회를 봤었다. 그때 이후 처음 오는 것 같다.
영화 ‘박열’ 상영 후, 부산 시민들과 GV(관객과의 대화)도 가졌는데
- 방금 GV를 끝내고 오는 길이다. ‘박열’은 그동안 제가 연기해온 인물들과 달랐다. 실존인물인데다가 가슴 아픈 인물이라 연기 자세나 태도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가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염두하고 연기했다. 심적 부담감이 굉장히 컸는데 마지막 촬영을 마치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스태프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제가 박열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박열’을 촬영할 때를 돌아보자면?
- ‘박열’은 외적으로 지저분한 몰골로 나왔다. 한마디로 거지꼴이었다. 하하하. 거친 수염에 피부 톤도 그렇고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보는 분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새로운 저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박열’을 찍을 당시 현장을 돌이켜보자면 우선 편안했다. 보통 배우들이 촬영할 때 덥거나, 춥거나,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시는데 ‘박열’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거지처럼 바닥에 누워있어도 가능했다. 더럽게 저를 더 굴려야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박열’로 인해 ‘아이 캔 스피크’를 찍을 수 있었다던데
- 저의 연기를 보면서 사람들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감동했으면 좋겠다. 항상 그런 마음으로 연기했는데 점점 이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남겨지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하게 됐다. ‘박열’이 그런 생각의 정점이었던 것 같다. ‘박열’을 만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많은 부분을 배웠고 관객들도 알아주길 바랐다. 그 마음이 ‘아이 캔 스피크’까지 이어졌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아픈 역사고 또 피해자분들이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그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아이 캔 스피크’의 경우, 나문희와 연기 호흡으로 호평을 얻었는데
- 나문희 선생님은 연기를 위해 한 평생을 사신 분이다. 저는 촬영장과 일상 모습이 간격이 큰 것에 반해 선생님은 한결 같으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할머니 캐릭터고 또 그 모습이 일상 속에서도 녹아있다. 따듯하고 푸근하시다. 저도 나이가 들며 나문희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따듯하게 다가가고 싶다.
나문희 외에도 수지, 최희서와도 ‘완벽’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는데. 두 배우에 관해서도 칭찬해달라
-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들이다. ‘건축학개론’의 경우 벌써 5년 전 영화인데도 여전히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영화에서는 수지와 동갑으로 나오는데 사실은 열 살 차이가 난다.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점점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지고 연기적으로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 수지와 다시 만난다면 ‘건축학개론’과는 다른 사랑 이야기 또는 스릴러, 서스펜스 등으로 만나고 싶다.
최희서의 경우는 ‘동주’를 통해 인식했고 ‘박열’로 각인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차세대 여배우로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저는 그 두 분께 더 잘 해야할 것 같다. 한국영화를 이끌 여배우들이니 저도 같이 불러달라는 의미다.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또 마련되길 바란다.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걸로 안다. 관객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올해 BIFF의 독립영화는?
- 제가 2011년 ‘파수꾼’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었다. 당시 굉장히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제게 BIFF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올해 관심이 가는 작품은 이환 감독님의 ‘박화영’이다. 김의석 감독님의 ‘죄 많은 소녀’도 보고 싶다. 해마다 좋은 작품이 나오고 새로운 배우가 발견돼 너무너무 기분이 좋다. 저 역시도 BIFF를 통해 발견된 배우지 않나.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