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과열지역 거품 차단" 분양가상한제가 '로또 청약'만 부추겼다

2017-09-1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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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4년 분양가상한제 비적용 강남 재건축 단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가 책정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 상승 이끌었다는 명분은 거짓…'로또 청약'만 부추겨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인 '신반포센트럴자이'가 168대 1로 청약이 마무리되면서 '로또 청약'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압박으로 사실상 분양가를 낮추면서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의 시세차익만 키워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고분양가가 주변시세를 견인하는 연결고리를 끊는 효과가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대부분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시세를 견인했다기보다는 수분양자의 시세차익만 키웠다는 비판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다음달부터 민간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이 같은 부작용이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부활이 명분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2월 분양에 돌입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3700만원 선에 책정됐다.

당시 인근 단지인 '반포래미안퍼스티지'는 전용 84㎡의 경우 3.3㎡당 4000만~4200만원 선, 135㎡의 경우 4000만원 선에 거래된 바 있다. 또 '반포자이'도 당시 3.3㎡당 평균 3800만원 선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크로리버파크가 분양 당시부터 일대 전체 시세를 선도한 것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2015년 10월에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평균 분양가가 3.3㎡당 4040만원 선이었다. 이는 당시 3.3㎡당 4500만원 선에 거래됐던 반포래미안퍼스티지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 2015년 11월 반포동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기준)인 3970만원 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작년 3월 분양한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도 당시 개포지구 분양의 포문을 연다는 상징성이 더해져 평균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 선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3760만원 선에 책정됐다.

이는 당시 같은 시점 강남구 전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3.3㎡당 3825만원 선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들 단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저렴하게 책정되다 보니 청약자들의 쏠림 현상이 생겨 추후 더욱 큰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점이다.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가격보다 높아 일대 시세를 선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보다 낮아 수요층의 청약심리만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의 경우 현재 18억원 수준에 시세가 형성되며 분양 시점보다 무려 6억원 가까이 상승했고, 래미안블레스티지도 분양 1년 반 만에 평균적으로 2억~3억원 수준의 웃돈이 형성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3.3㎡당 4160만원 선인 '래미안강남포레스트'나 4250만원 수준의 '신반포센트럴자이' 등 최근 분양가가 당초보다 낮게 책정된 아파트들 모두 앞선 단지들과 같은 시세 폭등 흐름을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낮거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인기 사업장의 경우 앞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과열 지역의 청약 거품을 차단하기는커녕 수분양자의 이익은 극대화되고 청약 경쟁도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실효성 논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 분양 단지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싸지기 때문에 청약 경쟁력이 더욱 향상된다"며 "물론 기존 아파트 시장이야 약세가 이어지겠지만, 분양 시장의 경우 '로또 청약'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오히려 강남권으로의 청약 쏠림 현상마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편차가 크지 않다면야 분양가상한제가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데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대기수요가 빽빽하게 몰린 강남권에 적용될 경우 수요를 더욱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대출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된 시점이어서 강남권 블루칩 단지에는 분양가상한제를 빌미로 고액 자산가가 진입할 수 있는 여력이 더욱 커졌다. 현 시점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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