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시즌 첫 승을 거두고 1년여 만에 국내 무대에 나선 이보미(29)가 고향(강원도 인제)으로 돌아와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
이보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첫날 전반 9개 홀만 마친 상황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보미는 24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파72·6516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전반 9번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1개를 잡아 1언더파를 쳤다. 이보미는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4) 티샷 후 기상 악화로 경기가 중단돼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린 채 첫날을 마감했다.
지연 경기로 뒤늦게 오후 조로 출발한 이보미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후 8개 홀에서는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보기 없이 파 행진을 벌이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보미가 국내 대회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7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3개월 만이다. 지난 2010년 10월 KB국민은행 스타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7년 만의 KLPGA 투어 통산 5승 도전 무대다. 이보미는 2011년 일본 무대에 진출해 통산 21승을 수확했다.
오랜 만에 국내 무대 첫날을 보낸 이보미는 “너무나 힘든 하루였다. 처음엔 강한 바람만 주의해가며 플레이했는데 나중에 비까지 오니 상당히 힘들었다”며 “내일 잔여 경기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해가며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보미는 “오늘은 특히 옆에서 부는 바람이 심했기 때문에 탄도 조절에 많이 주의를 기울였다. 좁은 페어웨이를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고, 스윙은 최대한 간결하게 가져갔다”며 “방향성에 집중해 플레이한 덕분에 미스 샷이 적었고, 페어웨이에서 조금 벗어난 러프에 빠진 적이 있지만, 잔디가 부드러운 러프여서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보미는 올해 뒤늦은 첫 승까지 힘겨웠던 시간도 토로했다. 이보미는 “시즌 초반부터 샷이 많이 흔들렸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와 팬 여러분께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작년의 내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너무 상반되는 점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이었다. 이보미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갔던 작년에 비해 진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욱 보강했고, 덕분에 체력이 좋아지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샷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샷을 할 때마다 절망했다. 일본에서 같이 활동하는 언니들이 이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응원해준 부분도 크게 도움이 됐고, 항상 같이 다니는 캐디, 트레이너, 매니저, 부모님이 옆에서 응원해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줬다”고 시즌 첫 우승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도 전했다.
다시 긍정의 에너지를 얻은 이보미는 지난해 목표였던 올림픽 출전을 위해 다시 클럽을 잡기로 결심했다. 이보미는 “잠시 주춤했지만 도쿄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반드시 나가고 싶다”며 “앞으로 내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목표가 없으면 힘든 순간에서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올해도 다시 열심히 하고 싶다. 세계랭킹 포인트를 열심히 쌓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날 투어 우승이 없는 프로 3년차 김지수(23)가 12개 홀까지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를 몰아치는 깜짝 활약으로 2위권에 3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부활을 예고한 고진영(22)도 되찾은 샷감을 유지하며 10번 홀까지 2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라 시즌 2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