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 혹은 경험이 될 것이다. 신인 배우 김건우에게 ‘처음’인 ‘쌈, 마이웨이’ 역시 그렇다. 그의 연기를 봤을 때 감히 누가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쌈, 마이웨이’에서 극중 동만(박서준 분)의 라이벌이자 발랄한 양아치 김탁수로 분하면서 믿기 힘든, 얄미운 악역을 유려하게 소화해낸 신인 배우 김건우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낸 김건우는 이번 드라마로 처음 데뷔했다. 배우가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했다. 제작진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연기적인 조언과 더불어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드라마를 보는 내내 욕해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욕을 먹을줄 몰랐어요. 그러다 욕 댓글을 봤는데 이왕 욕 먹었으니 확실하게 먹자는 생각이 들었죠. 하하.”
얄미운 양아치 파이터를 연기하는동안 김건우는 내내 내공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격투기 선수로 분하기 위해 실제로 체육관에서 준비하는 등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개인 운동에 웨이트트레이닝까지. 하루에 두 번씩 운동했어요. 김탁수 캐릭터를 잡는데 있어서 저의 실제 성격과는 정반대이다 보니 싸가지 없는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김탁수라는 인물의 배경에 대해 계속 생각해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금수저였고 오냐오냐 컸을 것 같은. 그런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했거든요.”
악역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다. 그는 김탁수를 위해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연기를 참고했다. 여기에 ‘38사기동대’의 배우 오대환까지. 현실적인 악역들의 연기를 보면서 김탁수라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키웠다.
그리고 작품 내내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선배 박서준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는 “호흡이 너무 좋았어요. 형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춰줬어요. 자기를 믿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너를 믿고 준비한 거 다해라’고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맞춰주겠다고요”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박서준의 배려 덕분에 큰 부상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고마움을 표현했고, 격투 장면에서 서로 부둥켜 안으며 촬영하다보니 다소 민망한 장면이 나왔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천상 신인 배우였다.
김건우가 김탁수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은 보이는대로다. 태어나 처음으로 머리를 노랗게 염색할만큼 그는 드라마 촬영부터 종영까지 약 4개월의 시간을 김탁수로 살았다. 1년간 오디션을 준비했던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1년동안 오디션을 열심히 봤어요. 결과는 항상 똑같았지만요. 하지만 과정도 똑같았어요. 제가 인지도도 부족하고 경력이 많이 없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이 오디션 역시 욕심없이 봤어요. 물론 준비는 늘 그랬듯이 열심히 했고요. 오디션 보면서 느낀 건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냥 즐기자는 생각으로 했었어요. 하지만 ‘쌈, 마이웨이’만큼은 느낌이 달랐어요. 감독님도 너무 좋으셨고요.(웃음)”
1년 동안 여러 번 오디션에 도전하며 오랜 기간 준비된 배우다. 그는 한국종합예술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갈고 닦아왔다. 배우가 되겠다는 계기는 다소 특이했다. 원래는 음악에 관심을 보이던 소년이었다.
“사실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한 건 아니었어요. 친한친구가 입시 준비하러 학원을 다니는데 제게 연기가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고3 쯤에 친구가 ‘물체 만지러 다니고 재미있다’며 연기학원을 추천해줬고, 호기심에 갔더니 저말 그런 걸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그게 오감을 연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수업이라고 하더라고요. 대본과 떨어져서 물체를 만져본다든지 하는 게 상상 속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당시에 저는 밴드를 하고 있었거든요.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연기에도 뮤지컬이라는 파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노래를 같이 할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연기를 전공하기 위한 학교 진학은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는 삼수 끝에 한예종(한국종합예술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고, 그 곳에서 배우 양세종과 이유영 등 현재는 연기파 배우들로 성장한 이들과 배우의 꿈을 키워갔다.
그리고 그의 결심과 꿈은 연기 학원을 추천해준 친구보다 도리어 더 빨리 이뤄졌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대본 분석 역시 학교 다닐 때부터 꾸준히 이뤄진 노력이었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들 역시 모두 흡수하며 그렇게 배우 김건우가 탄생됐다.
작품 속에서야 얄미운 악역을 맡았지만, 실제 만나본 그의 성격은 정반대였다.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배우 김우빈이었다. 실제로 닮았다는 소리에 “너무 감사하다”며 몇 번이고 인사하는 모습에서 김탁수는 찾을 수 없었다.
“(김탁수처럼) 쏟아내는 느낌은 저랑 잘 맞아요. 소심한 이미지는 아닌 것 같고요. 제 이미지가 워낙 날카롭고 세다 보니 오디션 볼 때도 사실 그 탁수가 지금의 탁수였는지도 모르고 봤던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도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주체할 수 없겠더라고요. 하하. 원래 성격은 좀 허당끼 있어요. 웃긴 편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친구들과 있으면 분위기 메이커가 되죠. 재밌는 걸 좋아해요.”
김탁수 연기 덕분인지 그는 느와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진짜 해보고 싶은 장르는 느와르예요. 액션보다는 그 진한 느낌. 눈으로 말한다든지 주름으로 말한다든지 그런 사소한 걸로 연기해보고 싶어요. 진짜 하고 싶죠. 또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장르는 로맨틱한 장르예요.(웃음)”
김건우는 자신의 카카오톡 메신저에 ‘매레크라제’라는 말로 자신의 꿈을 늘 되새기고 있다. 이는 롤모델을 삼고 싶은 배우들을 뜻하기도 했다. 그는 “‘매레크라제’. 헐리웃 배우들 이름 맨 앞글자예요. 매튜 맥커너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찬 베일, 라이언 고슬링, 제이크 질렌할. 이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요. 이 배우들의 장점만 가져오자는 식의 유치한 마인드에서 시작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국내 배우들에 대해서는 “‘송류김하조’. 송강호, 류승범, 김윤석, 하정우, 조진웅 선배님들처럼 이름만 들어도 연기 잘한다고 알 수 있는 배우가 될게요”라며 다짐을 하는가 하면, “손예진 선배님은과 함께 꼭 함께 연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배우 김건우는 ‘쌈, 마이웨이’를 통해 자신의 연기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면 앞으로 그가 연기할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배우로서의 성장을 이뤄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배우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을 위해 달려 나가려 한다.
“시간 내고 싶은 배우요. 저를 보려고 TV앞에 앉아 한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긴 러닝 타임을 기꺼이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