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이달 초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국내외에서 선박을 수주하며 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일 그리스 선사로부터 5만 DWT(재화중량톤수) MR(중형) 탱커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했다고 21일 밝혔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의 황산화물(SOx) 함유량을 0.5% 이하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선사들은 이 같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부터 저유황 연료유(MGO)를 사용하거나, 또는 탈황장치를 장착하고, 아니면 친환경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TX조선해양은 지난 20일 삼봉해운과 우림해운 등 2곳의 국내선사와 1만1200 DWT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에 대한 건조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2곳의 국내선사는 지난 4월 계약했던 선주사로 기 계약호선의 성공적인 RG(선수금 환급보증) 발급과 우수한 기술적 대응 능력 및 중형조선소 중 선박건조능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해 삼봉해운은 옵션 1척 계약을 발효하고 우림해운은 추가로 2척(1척 확정 1척 옵션)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STX조선해양이 변제금을 제대로 갚는 등 회생계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1년 2개월동안 진행한 법정관리를 종결한 바 있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종결 및 기 계약한 선박 수주건이 금융권으로부터 RG가 발급된 이후 선주 신뢰도 상승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에서 선주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 수주한 국내선사들과의 계약건은 RG 발급 단계가 남아 있어, 발급 여부가 STX조선해양이 향후 영업을 통한 추가 수주 및 더 나아가 회사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율협약 신청 이후 협력사를 포함한 우리 직원들이 약 5000명이나 줄었고, 조직 통폐합과 자산매각, 고정비 절감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회생계획안을 충실히 이행해왔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은 법정관리 하에서 회생을 위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선박 취소와 사원아파트, 해외조선소 및 공장부지 등 자산을 매각하는 등 사업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해 한때 3600여명이던 직원이 현재는 1400여명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협력사를 포함하면 8500여명이던 전체 인원이 3500여명으로 줄었다.
또한 최근 수주 계약은 채권단에서 수익성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하고 선박 수주가격 적정성을 고려하여 수주한 것이라 저가수주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회생계획’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확보되는 계약을 하고 있고 시장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는 20일 협력사를 포함한 전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회생계획을 바탕으로 한 수익성 확보에 강한 의지와 생산성 향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줄 때 우리의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면서 “업의 본질에 충실하고 자력생존이 가능한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선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어 수주절벽이 심각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선주들의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조만간 복수의 해외선사로부터 다수의 수주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조급증을 내지 않고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관리라는 제약조건 속에서도 고효율의 스마트 MR·LR 탱커 기술개발 및 공법개선 등을 통한 품질향상과 원가절감이 결실을 맺어 최근 서서히 늘어나는 중형탱커선 시장에서 다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비록 많은 동료들이 떠나기는 했지만, 앞으로 핵심 인력들의 역량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밝혔다.
한편, STX조선해양은 일감이 떨어지는 이달 초순부터 내년 초까지는 인위적 인력조정 보다는 순환 휴직으로 최대한 많은 일자리를 확보해, 조선소 역량을 유지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