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 기자 = 전북은행이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적응, 진화하고 있다. 서민 금융 확대와 해외 사업 확대 등 안팎으로 질적 성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같은 행보에는 임용택 전북은행장의 판단과 추진력이 한몫했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임 행장은 '내실 다지기'에 더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 말 취임한 그는 "취임 후 은행의 질적 성장과 함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익원 다각화, 지역사회와 동반자적 상생경영 등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 중신용자 많은 전북지역, 서민금융 유리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는 '서민 금융'이다. 임 행장은 "신용등급 때문에 1금융권 이용이 힘든 분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과 차별성을 두려고 한다"며 "특히 사잇돌 대출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본 만큼 이를 잘 다듬어 가동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실제 전북은행은 지난해 7월 중금리 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 판매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은행들을 제치고 선방했다. 전북지역이 서울,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보다 중신용자가 많이 분포한 영향이 컸다. 전북은행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 신용평가 모델을 점차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핀테크 업체와의 추가 협약으로 서민 주거 안녕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그는 "올해 공감랩, 트러스트 스테이 등의 핀테크 업체와 업무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P2P 전문업체인 '피플펀드'와 업무를 제휴하기도 했다. 또 간편송금업체인 '토스(Toss)'와도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큰 파장을 미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보다 앞서나가기 위한 조치다.
임 행장은 "핀테크 업체의 사업 모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역외 지역 신규 고객 창출에 힘쓰고 있다"며 "그룹차원의 핀테크 경진대회는 물론 전북은행 자체적으로도 4차 산업에 적합한 신규 금융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핀테크 업체들은 창의성과 혁신성은 뛰어나지만 금융 규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은행은 그 반대의 성격을 띠고 있어 서로의 장점을 잘 융합하려 한다"며 "은행 업무에 적합한 모델을 신속하게 도입해 금융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업에 동반되는 리스크도 충분히 감내한 듯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확실하게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어, 이들과의 협업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그동안 쌓아온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핀테크 업체 육성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해외 사업 확대로 외형 성장
이렇듯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외형도 키웠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을 인수해 성공적인 현지화에 매진하고 있다. 당시에는 전북은행을 둘러싼 지역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인수가 무리라는 시선도 있었다. 임 행장은 소매 금융의 강점과 선진적 IT(정보통신) 금융시스템 등을 적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후 PPCBank가 무한한 확장성을 갖추게 되면 새로운 수익 창출을 지역민들에게 되돌려주자는 당초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며 "캄보디아 검증 모델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일이 걸리는 일인 만큼 과도한 욕심 없이 한 단계씩 밟아 나가겠다는 각오다. 환원은 임 행장이 주력하는 '지역밀착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한편 임 행장은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연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저 "서민을 위한 따뜻한 금융을 향한 여정을 함께 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대형은행들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지역은행으로서 전북도민들과 서민들을 위한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전북은행을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견실한 은행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며 "전북은행의 비전인 '즐거운 직장, 강한 은행'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