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진칼럼]​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생리학적 접근

2017-07-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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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 갈등이 격화됐고, 대북정책을 전환하려던 우리 정부는 옹색해졌다. 북한은 재진입 능력과 추가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이번 발사가 성공한 직후에 선언한 대로 도발을 지속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단한 논리는 원인을 찾고 이를 제거하는 것이다. A로부터 B가 비롯되었으니 A를 제거하거나 약화시키면 B도 제거되거나 억제된다. 핵·미사일 고도화의 근간이 되는 돈줄을 차단하거나 북한 정권 자체를 약화시키면 된다. 지난 보수정권과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는 이 상식에 기초한다.

때로는 세상의 이치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핵·미사일과는 너무 동떨어져 보이지만, 생명체의 생리기제가 그렇다. 인류는 오랫동안 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세균, 바이러스 등을 찾아내 박멸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생명체의 논리는 단선적 인과관계가 아니다. 암이 발생하는 많은 이유는 특정한 원인 때문만이 아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증식, 또 증식하려고 한다. 우리 몸의 논리는 A에서 B로 가는 인과관계보다 증식하는 세포들과 이를 억제하는 기제를 통해 유지되는 측면이 더 중요하다. 어떤 원인이 암을 일으키기보다는 증식을 억제하는 물질과 기제가 파괴되거나 왜곡되어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절, 항상성(homeostasis), 피드백이 생명의 근원임을 발견하면서 현대 의학과 생물학이 도약했다.

국가의 본능과 안보의 논리는 암세포처럼 핵·미사일과 같은 위협을 증식, 또 증식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항일전쟁과 내전의 폐허 속에서 1964년 핵실험에 성공하고 급속하게 이를 전력화했다. 북한이 너무 더뎌 보일 정도의 속도였다. 당시는 중국이 미·소 양진영 모두로부터 고립되던 시기다. 중국은 외부와 격절된 채 실험실의 배지 위에서 증식되는 바이러스처럼 급격하게 핵·미사일을 증가시켰다. 생리학적 비유를 끌어들이자면, 고립된 채 조절과 항상성이 작동할 여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단선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고립과 적대를 통해 억제와 조절이 사라지면서 고도화된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는 몰라도 작금의 상황은 고립, 적대, 절멸이 아니라 북한의 암세포 같은 위협증식의 본능을 인정하면서 억제, 조절, 피드백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해야만 하는 생리학적 처방의 시기로 전환된 듯하다. 비록 우리가 선뜻 적응하기도, 기쁘게 수용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다.

필자 : 조형진 인천대학교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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