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위주의 급속한 산업 발달과 급증하는 인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점점 살기 힘든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가져온 지구의 온실효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의 발달로 인해 10만종 이상의 화학물질들이 생산·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약 2000종의 신규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화학물질 중에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물질의 안전성 평가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국민건강 보건 대책으로 국가에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같은 것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이미 엄청난 수의 화학물질에 매일 노출되고 있다. 그동안 환경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비스페놀A 같은 경우는 플라스틱 생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플라스틱용기, 식기, 알루미늄캔의 내부 코팅 그리고 심지어 영수증에도 폭 넓게 쓰여지고 있다. 즉, 이 물질이 없으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거의 만들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분비장애물질로 알려져 있어서 국내에서는 젖병이나 유아용품에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이 물질로 만든 제품을 통한 인체 노출량은 위해하지 않다는 공식발표가 있었다. 과연 어떤 주장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여야 될지 혼란스러운 실정이다. 많은 과학적 실험에서도 상반된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실험조건이 모두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위해성을 판단할 때 물질의 종류나 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 물질의 노출량이 인체에 해를 끼칠 정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휠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러한 환경성 질환의 원인을 밝히기 위하여 대규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부의 주관 하에 환경성 질환 연구에 필수적인 인체 코호트를 오랫동안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역학조사뿐만 아니라 인체의 유전자, 대사물질, 단백질 등의 분자수준에서의 변화를 통합 분석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환경성 질환의 원인물질과 발병 메커니즘을 밝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환경성 질환 예방을 위한 정책 마련에 귀중한 자료로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모든 국민이 좀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