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36번째 재판에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부정청탁 및 뇌물수수의 '연결고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그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업무 수첩'을 국정농단의 주요 증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열린 35차 재판에서 특검은 업무 수첩을 토대로 청와대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5일 이어진 변호인 신문에서도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본인 역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지금까지 제가 본 수첩에는 '합병'이라는 말 자체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회의에서 언급했다면 한번이라도 합병이 기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이어 “보건복지부로부터 의결권 행사와 관련된 그 어떤 문건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말하라는 압력을 받았고, 아내를 구속하겠다. 기소를 하지 않겠다는 회유도 받았지만 없는 사실을 얘기해선 안된다고 생각해 버텼다고 진술 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구체적인 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취지의 발언은 했다고 말해, 특검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순환출자고리 해소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사안에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공정위나 금융 전문 분야는 상대적으로 제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법적 전문성도 떨어지고 공정위 내에 의사결정위원회가 따로 있어, 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도 제 의견을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진술했다.
또 금융위로부터 시장 분위기 파악 차원에서 보고받은 삼성의 금융지주전환계획을 박 전 대통령 및 당시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금융지주회사 건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슈도 아니고 금융위 내부 문제라 굳이 아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삼성 측으로부터도 합병 찬성에 관해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재판에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으며, 특검과 변호인은 삼성이 독일에 현지 계좌를 개설한 목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 2015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하며 최순실씨가 설립한 코어스포츠 현지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부동산 구매 자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