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재단 있으나 마나, 왜?...청년 일자리 창출 ‘저조’ 실효성 논란

2017-06-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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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청년 1170명 취업, 2.5%에 그쳐

청년희망재단 공익신탁 추이[자료=은행연합회]


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청년희망재단 존립이 흔들리고 있는 데는 ‘청년 일자리 지원’이라는 설립 목적이 퇴색됐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설로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사업 성과가 컸다면 그저 의혹만 남은 채 수면 아래로 묻힐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사업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은 곧 재단의 역할, 존재 이유에 물음표가 달리는 상황이다.
청년희망재단이 환골탈퇴하려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연계, 종전 청년 일자리 사업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청년희망재단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누적 기부액은 1462억원이지만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지원된 돈은 100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관련 사업 예산 집행률도 45%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년희망재단은 일자리 관련 사업으로 청년 해외 취업 및 창업 지원, 면접 컨설팅 지원, 산학협력 일자리 연계, 모바일게임 기획자 양성 등을 진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기준 4만5900여명에게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이 중 약 1170명(2.5%)만 취업했다.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사업은 실제 고용으로 연결된 사례에 비해 엄청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청년희망재단 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59명, 이 과정에서 23억4000만원이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일자리 한 개를 만들어 청년 한 명의 해외 취업을 돕는 데 4000만원 가까이 소요된 셈이다. 이마저도 다수는 비정규직이었다. 

청년 해외 취업 사업에서 가장 많은 예산(17억2600만원)이 투입된 '청년글로벌보부상'을 통해 채용된 청년은 41명, 이 중 절반 이상인 26명이 계약직이었다. 정규직은 15명에 불과했다. 또 다른 해외 취업 사업으로 취업한 정규직 청년 18명을 합해도 총 33명에 그친 셈이다.

청년글로벌보부상은 만 34세 이하 청년 미취업자를 해외 법인에 인턴으로 보내는 사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부의 청년 해외 취업 사업 ‘K-MOVE 스쿨’과 유사해 중복 예산이란 지적도 있었다.

더구나 이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해외 지사에서 근무할 청년 1명을 채용하면 재단이 비행기표와 체재비를 포함, 인건비의 80%를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청년 1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다 보니 실제 취업으로 연결된 청년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청년희망재단은 청년 해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추진한 4개 사업 중 청년글로벌보부상을 비롯한 3개 사업을 중단했다.

청년희망재단이 예산 집행에 비해 사업 성과가 낮아도 이를 끌어올릴 묘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희망펀드 운용은 청년희망재단이 맡고 있다. 서울대 공대 교수인 박희재 이사장이 이사회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승인해 자금을 집행한다.

문제는 민간이 낸 기부금은 재단 소유여서 정부가 자금 활용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재단이 해체되지 않는 한 국고로 환수할 명분도 없다.

전문가들은 청년희망재단 존폐를 논하기 전에 설립 취지에 맞게 청년 일자리 사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소득층 청년 등 청년 취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일자리위원회, 정부와 협력해 희망펀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인 것에 휘말리다 보니 존립 자체가 무의미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해체될 경우 그동안 모아 놓은 기부금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등 문제가 복잡해진다”며 “설립 과정이 어찌됐든 간에 청년 취업을 돕는다는 재단 취지는 살릴 필요가 있고 일자리위원회와 연계해 청년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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